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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고현정 이영애는 안되고, 이하늬만 통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90년대 최고 스타라 할 수 있는 여배우 트로이카의 몰락, 새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세 배우와 이하늬의 시청률 성적을 가른 결정타는 무엇이었을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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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원더우먼' 최종회에서 이하늬는 '사이다 캐릭터'의 완결판을 선보였다. 악역 진서연이 자살을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면서 '역시나 상투적 결말'이라 생각했던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준 것. 사고사로 위장한 진서연이 몰래 해외로 떠나려는 것은 검거, '빌런 종결사'로 시원한 웃음을 안겨줬다.
이 덕에 최종회는 수도권 시청률 18.5%, 전국 시청률 17.8%, 순간 최고 시청률은 22.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지표인 2049 시청률에서도 6.4%를 기록, 한 주간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지현이 고군분투 중인 '지리산'은 지난 6일 8%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화려한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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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를 닮은 사람'의 지난 4일 시청률은 2.3%.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고현정의 매력도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애의 4년만의 컴백작인 '구경이'는 더 심하다. 지난 6일 시청률은 2.0%로, 화제성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모양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지친 요즘 시청자들에겐 우울한 이야기들이 좀처럼 선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리산'의 경우 김은희 작가의 장점으로 통했으나, 지나치게 복잡한 이야기 전개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평.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직 힘을 못받고, 전지현의 부정확한 발음까지 더해지면서 드라마의 스산한 분위기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너를 닮은 사람' 또한 원작인 단편의 강렬한 매력을 드라마를 통해 늘어놓다보니 무게만 더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현정의 연기력이야 두말 하면 잔소리지만, 이 또한 일주일 중 가장 피로도가 심한 수·목요일에 보고싶은 열연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구경이' 또한 파격적인 스타일의 추적극을 내세웠으나, 아직까진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어 불편한' 드라마로 다가서는 모양새. 살인마의 등장 등도 편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OTT 업체의 오리지널 시리즈 등은 표현 수위와 제작비 등에 있어 훨씬 자유롭다"며 "안방극장이라면 꿈도 못꿀 폭력적인 장면도 요즘 OTT 콘텐츠들은 리얼하게 시도한다. 이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이제 웬만한 장르물은 통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작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주 등장하게 되는 지상파 드라마의 PPL 장면도 채널을 돌아가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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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들은 새로운 캐릭터를 목말라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때로는 시청자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만족을 위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지리산' 전지현의 저조한 흥행 성적에 대한 해석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가능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2014년 '별에서 온 그대'는 물론이고 2016년 '푸른 바다의 전설'까지 전지현의 명품 퍼레이드가 방송 내내 엄청난 화제였다. 반면 '지리산'의 등산복 차림은 현재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있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영애가 '구경이' 1회때 보여준 방구석 게임 폐인의 모습 또한 쉽게 감정 이입이 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아한 매력의 대명사인 이영애에게 너무나 낯선 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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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의 중견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인기를 얻은 톱스타들은 연기파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면서, 소위 연기력을 보여주기 좋은 캐릭터에 끌리곤 한다"며 "배우가 보여주고 싶은 매력과 팬들이 보고싶은 부분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면, 오히려 외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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