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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솜 "꿈 같았던 청룡의 밤"…10년 만장일치 女조연상의 책임감(인터뷰 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03-18 11:23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이솜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2.2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청룡 수상이라니, 꿈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의 주인공 이솜(31). 김미경('82년생 김지영'), 배종옥('결백') 등 노련하고 걸출한 배우들부터 이레('반도'), 박혜수('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앞으로 영화계를 이끌어갈 떠오르는 샛별까지, 그 어느 때보다 쟁쟁한 후보로 눈길을 끌었던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하녀'의 윤여정(제31회 청룡영화상) 이후 무려 10년 만에 만장일치 득표를 받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모델로 활동하다 2010년 배우로 전향,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솜은 그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2014년과 2018년에는 '마담 뺑덕'과 '소공녀'로 청룡영화상 신인상과 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제대로 포텐을 터뜨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코로나19 시기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여성 영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제41회 청룡영화상이 9일 오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있는 이솜.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09/
이솜은 멋과 개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옳은 길을 가려고 하는 친구와 끈끈하고 따뜻한 동행을 택하는 고졸 사원 정유나 역을 맡아 영화의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1995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이솜은 그 시대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뛰어난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몰입감을 높였다. 청룡 심사위원이 이솜에게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표출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캐릭터를 자신과 일체화해 가지고 놀았다"는 찬사를 쏟아낸 이유다.

청룡의 기쁨과 흥분이 가시기 전 다시 만난 이솜은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전혀 예상하지 하지 못한 일이다. 수상 순간이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황홀해 했다. "청룡은 그냥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긴장이 되는 자리다. 안그래도 긴장한 채로 앉아 있는데, 제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그냥 머리 속이 새하얘졌다.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게 맞나 싶기도 했다. 상을 받고 무대를 내려왔는데도 벌벌 떨리더라. 수상 직후 무대 뒤에서 진행한 수상 인터뷰 영상을 보니까 그때도 덜덜 떨고 있더라."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이솜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2.22/
무대 위에서 수상 소감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도 모른다는 이솜. 그럼에도 자신이 상을 받는 수상 장면과 소감 영상 다시보기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까지도 못봤지만,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 그때 떨었던 걸 생각하면 너무너무 민망하고 창피하다. 그냥 지인들에게 '내가 헛소리한 건 없었냐'고 확인만 했다. 다행히 헛소리는 안한 것 같더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무대 위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감사인사를 덧붙였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관객분들을 만나기까지 고생하신 분들이 정말 많다. 더군다나 개봉 시기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지 않았나. 그래서 더욱 고생하신 분들이 많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분장, 미술, 소품 등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너무 떨려서 매일 같이 함께 다니는 우리 매니저 이야기를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무대를 내려와서 우리 매니저 얼굴을 보자마자 '어머! 나 어떻게 해!!'라고 소리 질렀다. 항상 고생해주는 우리 매니저, 정말 고맙다."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축하도 많이 받았다는 이솜. 시상식을 마친 후 가장 먼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종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그는 "감독님이 정말 기뻐하셨다. 무대 밑에서는 (박)혜수가 글썽이는 눈빛으로 절 바라보고 있는데 그 마음이 다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기뻐했던 건 가족이다. "그날 집에 들어가니 거의 새벽 1시였다. 그런데 엄마가 주무시지 않고 절 기다리고 계셨다. 정말 행복해 하셨다. 제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제가 상받는 걸 보면서는 우셨다고 하더라."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이솜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2.22/
이솜은 어려운 시국에도 무사히 극장 개봉을 할 수 있게 애써준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극장 관객이 더 많이 들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힘든 시기에도 극장을 찾아와준 모든 관객들에게 표현할 수 없이 감사하다. 어려운 시기에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긴데 이 시기에도 개봉을 꿋꿋이 준비하신 저희 제작사 박은경 대표가 정말 존경스럽다. 개봉을 더 늦출 수도 있었고 또 고민도 많으셨을텐데, 저희 영화는 단 한번도 개봉일 변동없이 처음 계획했던 그 날짜에 개봉하게 됐다. 그런 뚝심과 결단력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솜 수상 당시 소속사 선배인 이정재가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듯 기뻐하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이솜은 해당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밝게 웃으며 "저도 봤다. 사진만 봐도 진심으로 기뻐하시는게 느껴지더라. 정말 본인이 받으신 것 처럼 기뻐해주셨고 축하해주셨다. 제가 수상 할 때 정우성 선배님은 시상을 위해 준비하러 가셔서 제 수상 순간을 보지는 못하셨는데, 시상 끝나고 내려오셔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해주셨다. 집에 가는 길에도 '즐겁고 행복한 밤이 되길 바란다'며 문자해주셨다"고 미소지었다.


제4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9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솜이 이정재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02.09/
무려 10년 만의 심사위원 만장일치가 나온 여우조연상 심사표를 확인했냐는 물음에는 "그 심사표도 이정재 선배님이 먼저 보내주셔서 알았다. 눈으로 심사표를 확인하고도 신기하더라. 현장에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운 작품이었는데, 이런 상까지 받게 되다니,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싶다"며 미소지었다.

현재 드라마 '모범택시'를 촬영하고 있는 이솜은 수상 이후 현장 분위기도 더욱 밝아졌다고 전했다. "제가 촬영장에 나가면 자꾸 감독님이 '우리 청룡 여우조연상 배우 왔냐!'며 큰 소리로 말하시는데 너무 민망하다.(웃음) 제가 너무 민망해서 감독님께 그만 해달라고 말하는데 그런데도 '우리 청룡 배우! 청룡 배우! 10년 만의 만장일치 배우!' 하신다. 쑥스러우면서도 자기 일 처럼 기뻐하셔서 감사하다."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이솜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2.22/
마지막으로 이솜은 청룡 트로피가 주는 무게를 잊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저와 함께 후보에 오르신 배우분들의 작품을 다 봤는데, 정말 너무나 훌륭한 선배님들과 동료 아닌가. 그렇기에 더욱 제가 받게 될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저에게 이상은 앞으로 더 잘 하라는 의미의 상이라고 생각한다. 청룡이 주는 무게 만큼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을 받은 후 하루 이틀은 마냥 기분이 좋았지만, 이제는 앞으로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크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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