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전 정무수석, e스포츠 발전 노력 인정받아 집유로 감형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겸 한국e스포츠 명예회장이 15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겸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5일 열린 항소심에서 1심에서 선고한 징역 5년의 실형 및 기타 다른 혐의로 인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받은 혐의 가운데 대부분을 무죄로 선고했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원, 그리고 협회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징역 8월에 역시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2500만원의 추징금도 함께 부과했다.

재판부는 3개의 혐의 가운데 2개는 전 수석이 e스포츠 산업 발전과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을 전반적으로 인정해 1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윤모 비서관이 2015년 롯데홈쇼핑에 방송 재승인과 관련해 압력을 가해 협회가 주최하는 e스포츠 대회에 후원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전 수석이 이를 인지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선고했다. 또 전 수석이 2017년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20억원의 예산 반영을 검토해 달라고 했는데, 이는 권한을 넘지 않은 행위이며 대통령의 공약이라 행정부 차원에서 요청한 것으로 봤고, 이후에 전 수석과 상관없이 이 예산이 다시 책정된 것을 미뤄봤을 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여기에 기재부와 문화부 관료들이 이를 강압적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것도 충분히 참작됐다.

다만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원의 기프트카드를 받은 것을 뇌물죄로, 그리고 e스포츠 방송사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2000만원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봤다. 또 협회 회장 자격으로 참가했던 국제 e스포츠 대회 참가 경비를 협회 자금의 횡령으로 봤던 1심처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 수석이 뇌물을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고, 협회 자금 횡령이라고 봤던 피해액을 공탁했으며 한국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은 양형에 유리한 부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함께 선고 공판에 참석한 윤모 비서관, 조모 전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등은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남정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