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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타인은 지옥이다'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공포를 자극, 차별화된 장르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내 이웃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유기혁(이현욱)과 안희중(현봉식), 그리고 자살인지 실종인지 모호한 303호에 살던 외국인의 행방이 '혹시'하는 종우의 의심을 증폭시키지만, 지금까지의 종우가 마주하고 있는 공포는 보다 심리적이다. 누군가 내 공간을 침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 나를 바라보는 불쾌한 시선, 그리고 친절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서문조(이동욱)의 존재 등이 종우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 차곡차곡 쌓인 심리적 요인들은 종우의 꿈을 어지럽히고, 나아가 그를 잠식하고 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없이도, 얇은 벽 하나 사이에 존재하는 살인마들이 선사하는 공포로 인해 시청자들 역시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시간들로 몰입해간다.
고시원 밖의 종우의 이야기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래서 더 의식하지 못했던 또 다른 공포를 보여준다. 사사건건 시비로 스트레스를 선사하는 직장 동료 박병민(김한종)과 상대의 기분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종우의 사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먹이는 신재호(차래형)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사회생활의 면면들이다. 심지어, 종우의 여자친구인 지은(김지은)에게 교묘하게 분노를 일으키는 직장 상사 한고은(송유현)까지,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분노를 유발한다. 이를 통해 점차 변해가는 종우의 모습은 타인이 선사하는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공포일 수 있는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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