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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나만 잘되면 돼' 생각 버려"…차승원, 지천명에 만난 '힘내리' 향한 진정성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9-02 13:1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나이가 이제 50이 되니까 성향도 변하더라고요."

휴먼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감독, 용필름 제작)에서 아이 같은 아빠 철수를 연기한 배우 차승원(49). 그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소재로 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이 낯설지만 어색한 초보 부녀로 만나 예기치 못한 여정 속에서 솟아나는 핏줄 케미를 유쾌하게 다룬 감동 힐링 무비다. 무려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유해진의 역량을 입증시킨 '럭키'(16)의 이계벽 감독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를 이끈 차승원이 만나 올 추석 다시 한번 극장가 코미디 전성시대를 열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

특히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01, 김상진 감독) '라이터를 켜라'(02, 장항준 감독) '광복절 특사'(02, 김상진 감독) '선생 김봉두'(03, 장규성 감독) '귀신이 산다'(04, 김상진 감독) '이장과 군수'(07, 장규성 감독) 등 코미디 장르만으로 14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진정한 '코믹 장인'으로 신작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역시 남다른 코미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로 컴백, 전매특허 코믹 연기를 선보인 차승원은 밀도 높은 감정선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날 차승원은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를 도전하게 됐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캐릭터가 약간 힘들어서 어려운 부분은 있었지만. 사고(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를 겪는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사고 후유증으로 지적장애 장애를 앓게 된 캐릭터를 표현한 것을 언급, "블라인드 시사를 했을 때도 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안 받아들이는데 어떤 분들은 내가 그런 코믹한 모습으로 나오는 걸 굉장히 싫어하더라. 희화화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하게 느끼셨나 보더라.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엔딩쯤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에 많이 놀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코미디를 더 넣었으면 아마 우리 영화가 선을 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 연기라는 게 한도 끝도 없지 않나? 과도한 설정들이 있는데 그걸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했다. 코미디 장르이니까 몇 가지 부분만 하려고 했다. 사실 정말 코미디의 균형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이것보다 더 과장되게 했으면 했었을 수도 있다. 영화 속 설정상 샛별이를 만나기 전, 그리고 대구 도착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생각해 보려고 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영화에 대해 만족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코미디가 약간 올드하다' 이런 평은 있었는데 그것에 반해 '너무 좋고 따뜻했다'라는 평이 있어서 생소하지 않다. 우리 영화는 전반에 코미디, 후반에 휴먼으로 결이 나뉘는 영화인데 지적장애 캐릭터에 집중적으로 표현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여러 레퍼런스를 가지고 취합해 연기했다. 하다 보니 몸에 익는 부분이 있지 않나? 다큐멘터리나 기존 영화 등을 참고했고 대부분은 유튜브에서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차승원은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고. 그는 "사실 우리는 가족이 있지만 남을 위해 희생하기 쉽지 않다. 일단은 내 식구, 내 가족이 먼저지 않나?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꽤 많다. 요즘 같은 시기, 뉴스를 보면 존속살인 이런 게 많지 않나? 그 한 귀퉁이에는 그것과 다르게 주변에 훈훈하게 온기를 주는 직업군이 있는 것 같다. 그중에 소방관이 단연 으뜸인 것 같다. 사회 곳곳에서 보듬어주는 많은 분에 대한 헌사, 감사를 담으려고 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 많은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지만 이러한 큰 사건이 한 번씩 생길 때마다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나? 우리 영화에 나온 소재였던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당시 나도 내 생활 리듬이나 여러 감정이 좋지 않았다. 뉴스에서도 계속 그 사건을 다루고 그래서인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나만 잘되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남이 안 되면 내가 잘될 수 있다'라는 반사이익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내 주위에 사람들이 안 되면 그게 고스란히 나에게 오더라. 사회 전체가 안 좋으면 다툼이 많아진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그걸로 주변이 즐거워지고 그게 또 내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남이 내게 욕을 하더라도 다툼이 없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향이 조금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승원은 "기본적으로 나는 요새는 그런 마음이 든다. 나이가 50이 되니까 변한 것 같다. 물론 날카로운 면도 있지만 일단은 날을 숨기려는 모습이 좀 바뀌더라"며 "앞서 예능에서 답보 상태라고 말한 건, 정체된 의미보다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30대 때는 요동쳤고 40대 때도 일련의 일이 많았다. 지금 현 상태로는 '축하해!'라고 들을 일도 없지만 '왜 그랬어?'라고 듣지도 않는다. 지금이 너무 좋다. 내가 나를 그다지 꾸미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답했다.


최근 tvN 예능 '일로 만난 사이'를 비롯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남다른 예능감과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열혈 홍보에 나선 것에 대해 "유재석이 '일로 만난 사이' 출연에 대해 나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 생각은 반대다. 소위 말해 노동 예능을 한 것인데 이런 예능은 일만 하면 된다. 나의 습관, 사상만 가끔 이야기하면 된다.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는 예능이라 내 취향에 맞다. 토크쇼는 자꾸 내가 포장을 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그렇다고 딱히 막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크쇼보다 좋더라"고 웃었다.

그는 "노동 예능도 이제 내 장르가 됐다. 유해진과 가끔 이야기를 한다. 유해진과 함께한 tvN '삼시세끼 어촌편' '스페인 하숙' 등은 내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 같이 밥 먹고 생활하는 걸 어떻게 잊겠냐?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는 안 한다' 이런 대답은 안 하게 된다. 우리에게 좋은 추억이었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하고 싶다. 우리가 그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다. 안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와 어른 같은 딸이 만나 펼치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다룬 작품이다.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김혜옥, 안길강, 전혜빈, 류한비, 조한철, 성지루 등이 가세했고 '럭키' '야수와 미녀'의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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