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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 이상으로'(Beyond the Game, More than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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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G는 e스포츠가 태동하던 2000년 삼성전자가 주도해 막을 열었다. 경기 용인에서 첫 대회를 치른 것을 시발점으로 외연을 넓히기 시작,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회부터는 본격적으로 글로벌로 진출했다. 2008년 독일 쾰른 본선 대회에선 78개국에서 800여명이 참가하며 WCG의 절정기를 맞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현지 마케팅 대행사라 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SP)가 국가별로 예선을 치러 대표팀이나 선수를 선발했고, 이들이 대륙별 결선을 거쳐 본선 그랜드 파이널에 출전하는 비교적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면서 이후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전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게임 트렌드가 온라인이나 콘솔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빠르게 변화했고, 사업의 핵심을 PC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변화시킨 삼성전자는 더 이상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WCG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여기에 e스포츠 종목을 보유한 게임사들이 그 잠재력을 깨닫게 되고,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자체 e스포츠 대회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종합대회 플랫폼으로서의 WCG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대회 종목을 모바일게임으로 바꾸는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 WCG는 2013년 중국 쿤산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그 존재감은 역시 사라진 후 점점 더 커졌다. WCG의 퇴장 이후 대규모 시장과 자본, 두터운 팬층, 글로벌 IP를 두루 보유하고 있는 북미와 중국, 유럽 등이 이를 기반으로 e스포츠 주도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불렸던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민간 기업 주도의 행사였지만, 그래도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었던 대회였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스마일게이트가 2017년에 삼성전자로부터 상표권을 인수한 것도 바로 WCG가 글로벌 e스포츠의 선구자이자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자산'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년간 글로벌 e스포츠 환경은 급격하게 변했다. 예전 방식으로 진행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아는 스마일게이트는 WCG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한 뒤 2년간의 준비를 거쳐 비로소 'WCG 시즌2'를 열게 되는 셈이다.
게임, 그리고 스포츠를 넘어
오는 18일부터 나흘간 시안시 취장신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WCG 2019 시안'은 WCG의 전통을 잇는 e스포츠 대회는 물론 다양한 IT 신기술과 게임, e스포츠가 결합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축제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스포츠의 경우 '클래시로얄', '크로스파이어', '도타2', '하스스톤', '왕자영요', '워크래프트3' 등 6개의 정식 종목과 초청전으로 펼쳐지는 '스타크래프트2'로 구성된다. 한국에선 '워크래프트3'의 전설로 불리는 장재호와 조주연, '스타크래프트2'에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조성주가 참가한다. 특히 중국에서 여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장재호가 18일 개막식 이후 펼쳐지는 스페셜 매치에서 중국의 전설로 불리는 리샤오펑과 레전드 매치를 펼치게 된다.
예전 WCG와의 차별점은 '뉴호라이즌' 종목이다. 현재는 PC와 모바일, 콘솔기기를 활용해 경기를 펼치지만 향후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우선 'AI 마스터즈'를 실시하는데 이를 위해 한국 카이스트와 함께 AI 축구게임 시뮬레이터와 온라인 딥러닝 환경을 공동 구축, AI 스포츠의 표준을 제시한다. 또 영화 '리얼 스틸'의 장면처럼 로봇을 원격조종하며 승부를 펼치는 '로봇 파이팅 챔피언십', VR게임으로 실시하는 'VR 챔피언십', 그리고 MIT미디어 랩, 레고 에듀케이션과 함께 어린이들이 창의 및 창작의 꿈을 기술로 펼칠 수 있는 '스크래치 크리에이티브 챌린지' 등이 진행된다.
이밖에 WCG는 비영리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강연회인 TED와 손잡고 '레벨 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이번 강연은 중국에서 열리는 첫번째 TED로 그 의미를 더한다. 또 전세계 e스포츠 전문가들이 참석해 최신 e스포츠 산업의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컨퍼런스도 마련된다. 더불어 EDM 페스티발과 코스프레 무대는 전세계를 관통하는 문화코드로 WCG를 색다르게 즐기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롭게 부활한 WCG는 미래를 이끌 신기술이 e스포츠를 통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과 e스포츠가 인종과 국가,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글로벌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라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사들이 주최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에서 보여주기 힘든 종합 축제로서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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