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대통령 순방에 따라 나선 게임-e스포츠, 그 의미와 역할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9-06-10 08:22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넷마블 방준혁 의장

게임빌-컴투스 송병준 대표

문화부 박양우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박준규 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LoL파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국내 게임과 e스포츠 산업계가 정부, 정치권과의 '접점'을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산업계로선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겠다고 나서면서 위기에 몰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필요성도 있지만, 집권 3년째를 맞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경제 정책기조를 계속 이끌어 나갈 동력으로 게임산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챙겨야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또 정치권에서도 젊은층을 끌어안기 위해 게임산업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이 흐름에 발맞춰 업계에선 게임과 e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산업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켜 부정적 요인을 감소시켜 나가는 동시에, 규제보다는 진흥에 대한 정책을 더 많이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호응을 하고 있다.

게임산업, 높아진 위상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북유럽 3개국 순방길에 올랐는데, 이 가운데 마지막 방문국인 스웨덴 순방에 게임업계 주요 인사들이 동행하기로 했다.

사절단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가 업계 대표로 나서고 더불어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과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장도 포함됐다. 역대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게임산업계가 이처럼 대거 동행한 적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도 상당히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고, 김 대표는 2월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도 참석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을 보호해달라는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대통령과 이미 소통을 한 바 있다.

스웨덴은 통신 장비 제조사인 에릭슨을 가지고 있고, 2000년대부터 FPS게임을 중심으로 e스포츠가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올해로 25년째를 맞고 있는 세계적인 디지털 페스티벌이자 e스포츠 대회인 '드림핵'을 개최하고 있는 등 한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ICT 강국이다. 이번에도 컴투스의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 워'를 활용한 e스포츠 이벤트전이 열리고, 문 대통령이 이를 참관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가 스웨덴을 다녀오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스웨덴에 앞서 방문하는 핀란드의 경우에도 노키아라는 세계적 통신장비 제조사의 본거지일뿐 아니라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슈퍼셀, '앵그리버드' 시리즈를 만든 로비오 등 역시 글로벌 게임사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고 있어, 정부로선 4차산업혁명을 이끌 강력한 원동력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게임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게임산업계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WHO의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문화부는 반대 성명을 내며 보건복지부와 날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달 박양우 장관은 판교를 방문해 게임 기업인들과 만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e스포츠 전용경기장 LoL파크를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관계자들과 현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또 김용삼 제1차관도 지난달 28일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과 함께 서울 상암동 OGN e스타디움을 찾아 e스포츠 관계자들로부터 애로 사항을 듣기도 하는 등 현장 행보를 적극 이어가고 있다.

산업계, 사회와 더 적극 호응해야


정치권과의 교류 폭도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사회를 이루는 중추적 산업이자 콘텐츠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상존하고 있고 특히 질병코드 등재라는 '악재'를 만난 상황이라 사회와의 소통과 스킨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게임계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웹젠 의장)은 21대에서도 재선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게임산업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위원회에 소속, 자신의 지분을 백지신탁 하지 않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에 향후 게임업계 인물들의 정치권 진출에 길을 터준 셈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2대째 역임하고 있는 장병규 위원장(크래프톤 의장)이 김 의원의 선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여권에선 21대 총선을 앞두고 장 위원장을 영입 1순위로 점찍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에서도 게임업계 CEO를 영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 등과 함께 네시삼십삼분 권준모 의장,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의장 등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예전에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 겸 NXC 대표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NXC 지분을 팔겠다고 나선 상황이라 제외된 상태다. 정작 정치권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며 대부분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업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명분만 갖춰진다면 얼마든 나설 가능성은 있다. 이들 대부분이 공익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점도 고려 대상이다.

업계에선 오랜만에 조성된 우호적 분위기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WHO의 결정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될 정도로 게임은 일상 생활을 좌우할 정도의 콘텐츠가 됐다. 하지만 업계 대표주자라는 분들이 이번 사태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상당한 실망감을 줬다"며 "산업을 통해 부와 명예를 얻었으니, 이제는 위기관리형 경영자로 전환해 책임감을 가지고 정부와 정치권에 적극 어필하고 국민들과의 소통에도 나서야 한다. 이는 사회적 요구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들은 "현 정부가 20대 남성층에게 의외로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과 e스포츠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산업적 성과만 강조하면 특히 학부모들로부터 거부감이 여전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지지를 받기 위해 현재와 미래를 이끌 디지털 콘텐츠로서 사회 문화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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