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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은 매 작품 관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개봉 이후 극장을 찾는 습관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칸영화제 이후 곧바로 국내 개봉에 돌입한 '기생충' 때문에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봉준호 감독은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딱 한 번, 변장을 하고 관객과 함께 '기생충'을 봤다고. 스스로 "생김새가 특별난 것이 없다. 헤어스타일이 좀 특별한데 이런 헤어스타일만 잘 감추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그래서 요즘 (변장하고) 지하철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특유의 위트를 보였다.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기생충'은 칸영화제 상영 직전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 당부를 담은 편지를 공개해 눈길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 역시 봉준호 감독의 스포일러 우려를 의식하며 "'기생충'을 본 관객이 500만명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스포일러가 퍼지지 않았다"고 놀라워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도와주는 기자, 관객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우리가 열심히 호소한다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 이렇게 다들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줘서 감사하다"고 작품을 대신해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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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라는 '기생충' 속 대사에 대해 "실제 우리 현실에서 삶은 거칠게 일반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여러가지 양상들이 있다. 영화들에서 거친 일반화일지 모르겠지만 악당으로서의 부자,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요즘 말로 변하면 갑질을 한다는 부자가 있고 돈 없고 힘이 없지만 착하고 가난한 자들끼리 뭉치고 연대하는 구조를 많이 봤다. '기생충'은 더 복잡미묘한 측면이 있다. 부자건 가난한 쪽이건 더 복잡 미묘한 레이어들이 겹쳐져 있어서 그게 우리 현실과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설국열차'(13)와 '기생충'의 비교도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관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장르의 차이다. '설국열차'는 강력한 SF 액션 영화다. 기차라는 구조가 일직선의 구조를 가난한 칸에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칸을 향해 돌파하는 굵은 직선의 느낌이다. '기생충'은 여러 개의 얇은 겹들이 미묘하게 겹쳐져 있는 그런 영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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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전매특허인 '삑사리(노래를 부를 때 흔히 고음에서 음정이 어긋나거나 잡소리가 섞이는 경우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유명 영화 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삑사리의 예술'이라 평한바 있다.
그는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내가 농담처럼 한 말이 기사 제목으로 나가면서 화제가 됐다. 맥락으로 말하자면 헛발질하거나 굴러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요소들을 삑사리의 예술이라는 스타일로 만들어진 것 같다. '기생충'을 본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한 뒤 1시간 10분께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 없는 사건이 거대한 삑사리의 모멘트와 같다"며 스포일러를 피해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수상에 대한 소회도 빼놓지 않았다. 집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가진 한국의 유일한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 그는 국내 인터뷰를 통해 "칸은 과거가 됐다"며 덤덤한 소회를 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생각은 변치 않았다는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받은 당일 날은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황금종려상 수상 다음날 귀국하면서 바로 시나리오를 썼다. 다음 작품 준비를 빨리 해야 한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무척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작품과 미국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차기작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왕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왕관은 10년 뒤, 20년 뒤 한 번 써볼 일이 있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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