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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대체 언제쯤 이야기에 진전을 보여줄까.
우진은 뮤직 페스티벌 위원장(정호빈)이 서리의 사연을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상처받는 거 죽기보다 싫다"며 서리가 무대에 서는 걸 말렸다. 하지만 서리는 참견하지 말라며 등을 돌렸다. 이후 서리는 공원에서 만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떳떳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페스티벌 무대에 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우진 또한 제니퍼(예지원)의 조언에 공감, 서리를 찾아나섰다. 두 사람은 육교에서 마주쳤다. 서리는 미안해하는 우진에게 "고마워요. 내 일에 상관해줘서"라며 웃어보였다.
서리는 우진의 고백 이후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진 또한 적극적으로 서리에게 다가갔다. 서리와 명환(박종훈) 덕분에 패배감에서 벗어난 태린(왕지원)은 서리에게 장난감 연주자 자리를 제안했다. 서리는 어색하게 무대에 올랐지만 행복감을 느꼈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 서리는 꿈을 꾼 것 같다며 여운에 젖었고, 우진은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서리를 그린 그림을 건넸다. 그림을 본 서리는 "다행이다. 걱정했었어요. 내가 속상해할까봐. 초라해질까봐. 그런데 잘했다. 하길"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우진은 "좋아해요"라고 고백했고, 서리는 "나둔데"라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첫 입맞춤을 나눴다. 그리고 "아까 그거 한번만 더"라며 그림을 보여달라고 하는 서리의 말을 오해한 우진이 2차, 3차로 입맞춤 하며 '뽀뽀뽀' 장면이 탄생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인기 비결은 명확하다. 특별한 악역이 없는 힐링 대본과 아기자기하고 순수한 느낌의 연출, 그리고 17세와 30세의 간극을 잘도 좁혀 나가는 신혜선의 탄탄한 연기 내공 덕분이다. 하지만 악역이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다는 건 이 드라마의 약점이기도 하다. 특별히 두드러지는 사건사고가 없다보니 전반적으로 잔잔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진행 속도마저 턱없이 느리다 보니 '고구마 드라마'라는 혹평이 나오기도 한다.
40부작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24회까지 방영돼 이미 반환점을 돈 상태다. 이쯤됐을 때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라면 남녀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고 주변의 농간과 방해공작에 오해와 갈등을 반복하면서도 사랑을 지켜나가는 그런 알콩달콩한 전개가 진행됐을 터다. 하지만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이제서야 키스신도 아닌 뽀뽀신을 그렸을 뿐이다. 더욱이 아직 우진은 서리가 첫사랑이라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서리도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는 만나지 못했다. 풀어가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남아있는데, 이야기는 몇 회가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탓에 지루함을 느껴 이탈한 시청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물은 남녀주인공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시청률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지난 8월 14일 방송된 16회가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한 뒤 시청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전반적으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아주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수준급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그녀는 예뻤다'를 집필한 조성희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이번에도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청자 트렌드가 시작과 동시에 불 붙는 속도감 있는 로맨스를 선호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드라마의 전개는 턱없이 느린 감이 있다. 이런 속도라면 그동안 뿌려놓은 떡밥을 종영까지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수준이다. 아무리 신혜선의 연기가 드라마를 받쳐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배우의 연기력에 기대 전개를 끄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반환점을 넘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속도를 내 명쾌한 결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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