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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EA 배틀필드, "싫으면 사지마" 망언 이어 '여성 캐릭터 없어 부끄럽다' 논란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8-24 18:42





전 세계 게임 유저들에게 "게임이 싫으면 사지 마라"라는 망언으로 논란이 된 EA FPS 게임 '배틀필드' 시리즈가 또다시 논란이 됐다. 이번에는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게임에 "여성을 추가하지 않았던 점이 부끄럽다"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월 21일(현지 시각) 독일 쾰른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Gamescom) 2018'이 개막했다. 오는 8월 25일(현지 시각)까지 열리는 '게임스컴 2018'에서 '배틀필드' 시리즈 개발사 다이스(DICE)는 최신작 '배틀필드 5'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공개했다.

새로 나온 공식 트레일러에서는 개인 설정된 병사 부대, '중대'가 핵심 콘텐츠로 소개됐다. 이와 함께 원거리 사격, 주시, 은폐에 특화된 '정찰병', 다재다능하게 적과 교전하는 '돌격병', 아군을 원호하는 '의무병' 진지를 구축하고 지원을 제공하는 '보급병' 등 병과가 등장했다.

특히 '중대' 시스템을 통해 병사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개인 설정할 수 있는 점이 부각됐다. 게임 속 '일일 명령'을 완료하고 '특별 과제'를 완수하면서 '중대'를 위한 새로운 무기, 장비, 탑승장비 등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외형과 색상, 성능을 유저가 원하는 데로 바꿀 수 있다. 9월 6일 오픈 베타 테스트 예정이다.

'게임스컴 2018' 현장에서 다이스 알렉산더 그론달(Aleksander Grondal) 책임 프로듀서는 "만약 내가 '배틀필드 1'을 제작하던 때 지금 같은 시류가 있었다면 바로 편승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당시 우리가 게임 속에 여성 캐릭터를 넣지 못한 점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알렉산더 그론달 프로듀서는 "여성 캐릭터가 '배틀필드 1'에 추가됐다면 모두에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시류와는 상관없이, 게임 유저들은 자신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길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알렉산더 그론달 프로듀서는 "역사적으로 '배틀필드' 시리즈를 보면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유저가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여성 캐릭터들은 이런 관점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알렉산더 그론달 프로듀서는 "이에 따라 우리는 '배틀필드 5'가 모든 유저에게 최고인 게임이 되도록 게임 내에 개인화된 캐릭터와 자기 소유 '중대'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며 "게임 속에서 유저가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배틀필드' 시리즈에도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최근 게임 업계에서 논란이 된 '여성주의'에 맞물려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불과 석 달 전인 5월 23일, '배틀필드 5'가 처음 공개될 때 함께 나온 영상에서 얼굴에 워 페인팅을 한 여성 군인이 왼쪽 팔에 의수를 착용한 채 크리켓 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시대상에 맞지 않게 생뚱맞은 모습을 한 여성 캐릭터가 나온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좋아요'가 11만, '싫어요'가 7만이 됐고 일주일 만에 '좋아요' 26만, '싫어요' 27만을 기록했다. 석 달이 지난 8월 23일 기준으로 보면 '좋아요'가 33만, '싫어요'가 45만이다. 유저 불만이 계속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알렉산더 그론달 프로듀서가 주장한 바와 다르게 '배틀필드 1'에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배틀필드 1' 싱글 플레이 캠페인 미션 중 다섯 번째인 '정해진 건 없다'에서는 오스만 제국 장갑열차를 파괴해 독립을 얻으려는 베두인족 여전사 '자라 구프란(Zara Ghufran)'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또한, '배틀필드 1' 출시 후 11개월 만인 2017년 9월 나온 DLC(DownLoadable Ccontent) '차르의 이름으로'에서는 '제1차 세계 대전' 동부 전선에서 활약한 러시아 제국 여성 부대 '죽음의 여군 대대(Women's Battlion of Death)'가 등장한다. 해당 DLC는 '배틀필드' 시리즈 최초로 멀티플레이에 여성 캐릭터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EA 부사장이자 '배틀필드' 시리즈 개발 총괄인 패트릭 소덜룬드(Patrick S?derlund)가 SNS를 통해 '배틀필드 5'를 비판하던 유저들에게 "'제2차 세계 대전'은 여성들이 참전하기도 했고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를 비판하는 유저들은 교육받지 못한(uneducated) 사람들이다"라며 "'배틀필드 5'에 여성이 나오는 걸 인정하기 싫으면 게임을 사지 마라"고 발언한 점도 논란이 됐다.

가중된 논란 속에 진행 중인 '배틀필드 5' 사전 예약 판매는 순조롭지 못하다. 해외 게임 판매 사이트에서는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심지어는 경쟁작인 액티비전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4'보다 85% 이상 뒤쳐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A가 6월 28일 시작한 1차 클로즈 알파 테스트와 8월 14일부터 시작된 2차 알파 테스트 결과도 좋지 않다. 피아 식별이 불가능한 그래픽과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버그들, 두 번에 걸친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유저 피드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콘텐츠 등은 유저들을 '배틀필드 5'로부터 등 돌리게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배틀필드 1'에서 나온 '죽음의 여군 대대'는 실제 러시아 제국 '차르(황제)'가 쫓겨난 후 창설된 부대로, DLC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배틀필드 5'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소련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 여군은 운전, 탄약 관리 등 후방에서 근무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무시한 채 억지로 '여성 전투원'을 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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