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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류덕환을 만났다.
'미스 함무라비'를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정한 데에는 문유석 판사에 대한 류덕환의 호기심이 원인이 됐다고. 류덕환은 "군대에 있을 때 작가님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었는데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님이 그 책을 쓴 작가님인줄 몰랐다. 두 작품을 쓴 작가님이 동일인물이라기에 팬이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을 안 하더라도 작가님은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류덕환은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군 생활로 잃었던 인간애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그는 "군대라는 조직이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그 속에서 눈치도 보고, 결국엔 류덕환이란 인간도 어떻게든 휴가를 받아서 거기서 나가는 게 목적이었고, 계급으로 사람을 판단했다. 그리고 결국엔 빨리 전역을 하는 게 목적이 되면서 인간애가 점차 사라지더라. 그런데 정보왕이란 캐릭터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인간을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러다 좋은 사랑을 만나서 성장을 하는 부분들도 그려지면서 내가 한다면 2년간 연기를 쉬면서 못했던 부분들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랑 캐릭터도 잘 맞은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정보왕은 류덕환이 맡았던 캐릭터들 중 쉬운 편에 해당했다고. 역할은 판사였지만, 어려운 법 용어를 끊임없이 내뱉는 것도 아니었고 무거운 감정선을 가진 캐릭터도 아니었기에 류덕환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고 힘들지 않았던 캐릭터"라고. 류덕환은 "감독님과 다툰 것도 없었고 의견차도 없었다. 제가 보왕이를 나쁘게 말하자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부분이 있어서 편했던 거 같다. 이엘리야 씨와도 외관만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었고 한 집단 안에서 대립되는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표현하는 것이 잘 맞았고 좋았던 거 같다"고 밝혔다.
류덕한은 "방송은 안 봤지만, 마지막회 대본을 받고 나서 작가님이 자신이 '미스 함무라비'를 쓴 이유가 본인이 판사로서 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느낀 것, 행복하고 좋았던 것, 안좋았던 것들을 그려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왕이르 통해서 집단을 떠나 클럽에 가고 표출하고 그런 모습이 담긴 거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나서 못했던 것들. 그런 게 담긴 거다"며 추후 작품을 꼭 볼 예정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는 "내년 봄 쯤에는 '미스 함무라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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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보다는 기억에 남은 대사는 있다고. 류덕한은 "안내상 선배님의 대사였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나'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 후배들이 저한테 뭔가를 물어보면 저는 마치 신구 선생님이라도 되는 듯이 답을 해준다. 근데 이게 맞는 건지, 얘네들에게 한 마디도 못하게 하고 나 혼자 떠드는데 기회는 줬던가 생각이 들더라. 인생으로는 고작, 갓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과도기를 지나다 보니 그런 대사들을 말로 할 수 있는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류덕환이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에는 김명수도 있다고. 류덕환은 김명수에 대해 "걔는 너무 잘생겼다. 그 잘생김이 나중에는 독이 될 떄가 올 것"이라며 "독이라는 것이 상대 연기자로 하여금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독을 만들 수 있단 뜻이다. 같은 남자가 봐도 멍때리게 잘 생겼다. 인성도 좋다. 사람들한테도 잘한다. 장난기도 있는 친구다. 이번 작품으로 정말 좋은 동생을 얻었다. 촬영 때에도 즐거웠다. 명수는 자신의 고민과 걱정, 부담감에 대해 명확히 아는 친구다. 또 책임감이 있고, 앙탈을 부리고 마음을 표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한다. 위치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있는 친구라 마음에 들었다. 친구처럼 잘 해보자고 술도 많이 마시게 만들었고 현장에서 진짜로 친구처럼 지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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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는 스물 일곱 살. 류덕환은 그 나이 때의 자신을 생각하면 김명수를 함부로 놓치고 싶지 않단다. 류덕환은 "제가 원하지않았는데도 좋은 형들이 많았다. 제가 먼저 다가간 적도 없고 명수처럼 잘하지도 않았는데 저는 형들 좋은 형들을 만나서 자존심 부리지 않는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그 형들이 저를 보살펴 주고 예뻐해 주고 챙겨줬다. 그래서 그런 형들이 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고 싶은 거다. 분명 이 친구가 내색을 안 하는 것도 형들 입장에선 보이게 된다. 너 걱정 있다고 다가가면 안되고 너 왜 걱정있냐 표정 안 좋냐고 물어볼 수 있는 거, 그런 게 있게 만들어준 형들이 있던 거 같다"며 정재영, 신하균, 박해일, 그리고 김재욱 등 형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미스 함부라비'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법정드라마. 지난 16일 마지막회는 5.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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