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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또 이별선언"…'예쁜누나' 멜로의 탈을 쓴 고구마 막장드라마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5-12 06:5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어른 없이 살아서 어른 말이 말 같지 않니?"

부모는 딸의 결혼을 결사반대하고, 딸은 남친이 있음에도 강권에 못이겨 선을 봤다가 들킨다. 부모는 급기야 패드립(부모 욕)까지 해가며 딸의 연인의 가슴을 후벼판다. 이쯤되면 '출생의 비밀'만 안나왔다 뿐이지 막장드라마다.

11일 JTBC '밥잘사주는 예쁜누나'에서는 어머니 김미연(길해연)의 폭언을 이기지 못한 윤진아(손예진)가 서준희(정해인)에게 이별을 통고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날 서준희는 아버지(김창완)과 윤진아의 만남 현장을 목격하곤 "저 사람 내 아버지라고 누가 그래?"라며 화를 냈고, 윤진아는 생전 처음 보는 서준희의 분노가 그의 아버지를 향하고 있음을 알고 "애처럼 굴지마"라고 답했다. 서준희는 "맘대로 하라"며 연락을 끊고 속상한 마음을 어머니 산소에서 달랬다.

윤진아는 서준희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다. 서준희는 "나하곤 상관없는 사람(아버지)가 왜 내 여자친구와 만나야하냐. 최소한 내겐 먼저 말했어야지"라고 발끈했고, 윤진아는 "넌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없냐"고 맞받았다. 서준희는 "어머니한테 당장 떨어져라 헤어져라 소리 듣고 얻어맞았다. 또 울려고 하고 내 눈치보고 그럴 때마다 손잡아주고 안아주는 것밖에 못하는 기분 비참하다"고 하소연했지만, 윤진아는 "어른인척 마음넓은척 하면서 널 속좁고 어린애로 만든다는 거잖아. 미안하다 억지만 부려서"라고 토라졌다.

두 사람의 교제에 찬성하는 윤상기(오만석)는 보기드물게 아내와 큰소리로 다퉜다. 이어 그와 만난 서준희의 아버지는 "우리 준희가 뭐 그리 못마땅하냐. 젊은애 자존심 짓밟고 인격모독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술에 취한 윤상기를 데려다주느라 윤진아의 집에 온 서준희의 아버지는 김미연에게 "준희가 진아 만나는 게 왜 그렇게 싫으세요? 이유가 궁금해서 그래요"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김미연은 귀가한 윤진아에게 "네 시아버지라도 되냐"며 닥달했고, 윤진아는 "내가 죽일년이다. 엄마 눈앞에서 사라져줄까?"라고 받아쳤다. 서준희의 아버지는 술에 취한채 "나도 당신네딸 마음에 안들어"라고 소리쳤다.

이윽고 전화를 받은 서경선(장소연)과 서준희가 도착했고, 김미연은 "누나가 되서 동생 관리 안하냐, 어른 없이 살아서 어른 말이 말 같지 않냐, 네 아버지부터가 저 모양인데 너희들이 별수 있냐"고 막말을 쏟아냈다. 서경선은 "부모없이 살아도 막되먹은 것들 소리 들은 적 없다. 준희가 진아 앞길 막을까보냐"고 따졌지만, 김미연은 "막든 열어젖히든 무조건 안된다. 있던 정으로 참고 참는거다. 맘 같아선 너희들 발도 들여놓게 하고 싶지 않다"고 죽지 않은 기세를 뽐냈다.


어머니의 등쌀을 견디다 못한 윤진아는 "그만해. 안 만날게"라며 서준희를 향해 "우리 그만하자. 헤어져"라고 통고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다급하게 방문을 두드리는 서준희와 그를 욕하는 김미연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윤진아는 눈물만 흘렸다.

어지간한 고구마 막장드라마보다 더 심하다. 막장드라마의 클리셰가 남녀간의 재산 차이, 혹은 명문가 영애와 건달(재벌2세와 일반녀), 출생의 비밀 등임을 감안한다면, '예쁜누나' 쪽이 오히려 더 개연성이 없다. 윤진아는 그리 잘 사는 집이 아니고, 서준희는 극중에도 바르게 잘 자란 청년이며, 두 사람과 그 집안은 오랜 친분도 있다. 김미연의 반대 이유는 9년이라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아니라, 단순히 서준희가 사윗감으로 마음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중 스물여섯인 서준희가 사회의 불편한 시선과 예비 장모의 핍박, 윤진아 동료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반면 윤진아는 서른다섯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흔들린다. 이날 윤진아의 심경을 담은 대사들은 어린아이 투정에 불과했다. 진지하고 사회를 오래 겪은 '예쁜누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방송말미 자신의 방문을 걸어잠근 채 도피해버린 윤진아와 김미연의 성화를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윤진아만을 바라보는 서준희의 극명한 대비가 이를 보여준다. 상큼발랄했던 연상연하 로맨스는 어떻게 된 걸까. 매회 달콤한 러브신 키스신으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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