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①] 박세영 "'돈꽃' 장혁-이미숙-이순재, 연기神 기에 눌렸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12:0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그녀는 예뻤다.

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을 마친 배우 박세영의 얘기다. 데뷔 시절부터 남 달랐던 미모는 여전했고, 생각하는 법도 참 예쁜 배우였다. "할 말이 없으면 말을 잘 못하는 편인데 오늘은 할 말이 많아서 말을 잘한다"는 박세영의 얘기를 들어봤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영화 같은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시청률 23.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좋은 성적을 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이 좋았다. 나도 시청자처럼 재미있게 보면서 했다. 이번에 정말 밤을 많이 샜다. 스케줄 상으로는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도 평이 좋아서 기분이 좋더라. 처음에도 잘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떨어지면 힘이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매주 차근차근 계단 오르듯 시청률이 오르니까 우리도 점점 더 신나서 하게 됐다. 사실 이걸 즐길 시간도 몇 달 없는 거니까 스태프도 배우들도 즐기며 촬영했다. 스태프도 굉장히 피곤할텐데도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런지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촬영 감독님들도 너무 유하셨다. 메인 촬영 감독님이 끝나고 어떤 곳에 가서 또다른 현장을 만나도 '돈꽃'을 했다는 게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촬영할 때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현장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기분 좋게 촬영했다."


박세영은 극중 여주인공 나모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나모현은 장부천(장승조)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 모든 게 강필주(장혁)에 의해 조작됐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장부천이 혼외자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충격에 유산까지 하게 된다. 심지어 부친이 시조부에게 자살을 종용받아 목숨을 끊고, 곧바로 이혼을 강요받는다. 정말란(이미숙)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일련의 시련을 겪으며 나모현은 강필주와의 사랑에 눈 뜨게 되고, 청아가에 맞서게 된다. 박세영은 이러한 나모현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많았다.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내공이 부족했다.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첫 데뷔했을 때 선배님들한테 '연기도 못하고 재능이 없나봐요' 하는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누구나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다. 20대 애들이 연기를 잘해도 삶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비슷비슷해. 기죽지 마'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하면서 점점 많이 배우게 되더라. '내딸 금사월' 할 때는 중간에 좀 힘들기도 했다. 악역도 처음 해봤고 그런 극적인 감정들을 표현해서 남들한테 표출하는 걸 처음 해보다 보니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런 시간을 겪고 나니까 나한테 큰 훈련이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귓속말' 하고 '돈꽃' 하는데도 큰 밑거름이 됐다. 작품 캐릭터가 정말 많이 달라서 더 많이 배웠다. '돈꽃'을 하면서는 내 자신이 많이 깨졌다. 작품하는 내내 벅찬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해야 하나. 내 그릇에서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는데 가마솥 같이 큰 그릇의 선생님들이 연기를 하고 계셨다. 나는 정말 부족하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배움이 넘쳐났다. 그것들을 잘 소화해내서 내 그릇에 담기 바빴던 시간이다 정말 많이 배우기도 하고 깨지기도 했다. '돈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에게 참 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박세영을 보며 장혁은 '성실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준비해 오는 배우'라며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내가 장혁 선배님 만큼 잘했으면 말하지 않아도 잘 맞았을텐데 내가 느끼기엔 정말 열심히 준비해도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장혁 선배님이 나한테 맞춰서 정말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제안도 해주시고 아이디어도 내주셨다. 그걸 받아먹기 바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막 열심히 해볼 수 있었다. 내가 폭 넓게 놀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선배님의 입장에서 흐뭇하게 봐주신 것 같더라. 그래서 나를 좋게 봐주셨다. '선배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부담스러워요 더 잘해야 할텐데' 했더니 부천 선배님이 '그래서 너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 칭찬과 조언들이 나를 더 훈련시켜준 것 같다."


사실 '돈꽃'은 '연기신'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연기 경력 20년차를 넘긴 장혁부터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미숙, 60년차를 넘긴 이순재까지. 대선배들의 꽉찬 연기 향연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런 구력들이 맞붙는 신경전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마음이 쫄깃해는데, 함께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 서슬 퍼런 아우라에 기가 눌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정말 기에 눌렸다. 첫 리딩 때부터 나는 팬으로서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만남이 이어질까 기대도 되고 설레였다선생님들이랑 만나면서 기에 눌렸다. 아무 것도 안하시고 웃고만 계셔도 기에 눌렸다. 선생님들이 정말 편하게 잘 대해주시는데도 포스가 있으셔서 늘 긴장했다. 늘 긴장을 늦추지 않게 포스가 있으시지만 그 이상으로 많이 풀어주셨다. 진짜 어머니처럼 할아버지처럼 편하게 대하라고 열어주셨다. 먼저 다가와주시고 해주셨다. 이순재 선생님도 이미숙 선배님도 쾌활하고 유머러스 하시다. 집에서 엄마랑 할아버지한테 편하게 대하는 것처럼 할 수 있게 편하게 해주셨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대해주셔서 같이 진짜 많이 웃으면서 촬영했다. 항상 선생님들이랑 대립하는 신인데 컷하면 막 웃었다. 전혀 드라마와 맞지 않는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걸 경험한 현장이었다."


박세영은 '돈꽃'의 흥행을 김희원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감독님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장혁 선배님이랑 세번째 작품이라고 하시더라. 대화가 잘 통하고 하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감독님이 정말 배우들과 열심히 소통하시는구나 라고 느꼈다. 사실 몇 달을 밤새다 보면 너무 많이 피곤한데 한신한신 리허설을 직접 하고 어떻게 대본을 해석할지 어떻게 찍을지 배우들이랑 상의하고 하시는 부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매번 촬영을 하며 대단한 감독님이라고 느꼈다. 감독님이 여자의 감정선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아신다. 그럼에도 장군 같은 면도 있으시다. 이 감독님이랑 해서 너무나 다행이고 너무 잘됐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헷갈리는 부분도 여쭤보면 귓속말로 '이런 감정선은 이런 게 더 들어가 있어요'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이분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며 얘기해주신다는 게 느껴졌다. 촬영 처음부터 끝날 때가지 존댓말로 존중해주시는 태도가 어떤 한 배우도 소홀히 보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배우들이 다같이 감독님 팬이 됐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후너스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