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1987'을 통해서 또 다시 악역 연기에 진수를 보여준다. 한국영화 속 최고의 악인이라고 꼽히는 '타짜'(2006) 속 도박판의 귀신 아귀, 자신의 욕망에 방해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황해'(2010) 속 절대 악 면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괴물을 완벽히 그려낸다.
'강철비'(양우석 감독),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에 이어 오는 27일 개봉하는 빅3 영화의 마지막 주자 '1987'(장준환 감독)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1987년도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화려한 주연배우부터 강동원, 여진구, 문성근, 김의성, 오달수, 고창석 등 주연배우 못지 않은 쟁쟁한 특별출연 배우들이 명품 연기를 펼친 가운데, 영화의 중심에 있는 대공수사처 박차장 역을 맡은 김윤석이 있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박처장은 '대공경찰의 대부'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을 모델로 한 캐릭터. 평원남도 지주 집안 출신으로 6.25가 나던 1950년에 가족을 북에 둔 채 홀로 월남, 그 시절 겪은 고초로 '빨갱이'라면 치를 떠는 인물이다. 반공이 애국이라 믿으며 수사에 있어서는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는 정권의 도덕성을 발 밑에서 허물어뜨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하는 동시에 국민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일거에 잠재울 '김정남 간첩단 사건'을 동시에 기획한다.
김윤석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박처장 캐릭터의 리얼리티 최대한 살리기 위해 남으로 내려온 이후에도 고치지 않은 투박하면서도 서늘한 평안도 사투리, 이마와 앞머리 선을 위로 올려 매서운 눈빛이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마우스피스를 껴서 고집과 권위가 읽히는 입매를 만드는 등 외적 변신에도 힘을 줬다.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김윤석은 대사 소화 능력의 끝을 보여준다. 예고편에서부터 대중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장면은 단연 김윤석이 "탁 치니 억 하고"라고 말하는 장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어이없는 이 말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조롱이 대상이 되며 언급됐던 유명한 문장이다. 때문에 자칫하면 폭소를 유발할 수도 있으며 이 문장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다면 영화 전체가 우스워질 수도 있었는데, 김윤석은 이 어려운 대사를 말투와 표정, 아우라로 생생히 살려냈다.
또한 극중 김윤석은 부하들을 아버지처럼 품다가도 목적에 위배되는 대상을 향해서는 가차 없는 응징을 지시하는 등 분노와 차가운 이성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는 박처장이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악을 품고 태어난 절대적 악마'가 아니라 어지러운 폭력의 시대와 그릇된 신념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인물의 초상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영화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을 연출한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이 출연했다. 27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영화 '1987' 스틸
30만원 홍삼제품 4만원에 사는 방법있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