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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정려원 "'마녀', 소중한 인생작이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12-18 10:1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한계를 넘은 자의 여유라는 건 이런 걸까.

2012년 '샐러리맨 초한지'와 '드라마의 제왕'을 마친 정려원은 무척이나 여성스러운 느낌의 배우였다. 특유의 가녀린 몸매와 청순한 이미지도 있었지만, 조근조근 나긋나긋한 말투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기억이 뚜렷하다. KBS2 월화극 '마녀의 법정'을 마치고 5년 만에 다시 만난 정려원은 그때보다 훨씬 밝고 유쾌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미지를 위한 포장과 가식 없이 정말 마이듬처럼 속에 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에게서는 보는 사람까지 유쾌해지는, 긍정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출세 고속도로 위 무한 직진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본투비 훈남 초임 검사 여진욱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사실 드라마 자체가 여성과 아동 대상 범죄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도 했고, 정려원의 장르물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탓에 방송 전에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려원은 1회 첫 등장부터 확 달라진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며 시청자를 놀라게 했고, 시청자는 정려원의 사이다 하드캐리에 열광했다. '정려원의 재발견' '정려원의 인생 캐릭터' '인생연기' '대상 예약'이라는 등 호평이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었죠. 그런데 확신이 없었어요. 검사라는 역할이 저와 딱 맞지는 않았거든요. 대사도 많고 주도적으로 끌고가야 하는 너무 어려운 역할인데 제가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이듬이는 친구(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수미)와 제 성격이 플러스 된 캐릭터에요. 저는 눈치는 빠른데 소심하고 겁이 많은 스타일이에요. 밝은 성격이지만 내성적인 성향이 강해요.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어요. 그러다 친구와 몇 년 같이 살면서 친구 관계나 가치관 등 많은 게 바뀌었어요. 새롭게 알게된 저의 모습을 이듬이를 표현하는데 많이 활용했어요. 또 서브 텍스처를 다 말로 표현하는 친구를 롤모델 삼아 이듬이를 만들었어요. 톤 자체가 달라졌죠. 저는 조곤조곤 말하는 편인데 이듬이는 엄청 크게 말하잖아요. 취조도 해야하고요. 그러면서 발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이듬이 발언권도 쓰고 그랬어요. '이듬이 빙의된 김에 하겠습니다'라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막 했어요. 그래서 속에 있는 얘기를 조금은 할 수 있어서 좀 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다 내려놓지는 못하겠어서 두렵지 않은 선에서만 했지만요."


시청자는 이번 '마녀의 법정'을 '내 이름은 김삼순'과 '샐러리맨 초한지'를 잇는 정려원의 '인생작'이라 평했다. 정려원 또한 이에 공감할까.

"저는 운동화와 트레이닝복 바지가 있는 캐릭터면 환영이에요. 저는 힐 신고 치마 입고 연기하는 게 참 불편해요. 발이 편해야 연기가 편하더라고요. 수동적인 여자 역할보다는 막 돌아다니고 사건에 휘말리는 캐릭터가 좋아요. 제 작품은 열 손가락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정해주시는 인생작은 같이 보셨던 작품인 것 같은데 저한테는 다 좋아요. 이번 마이듬은 이전 드라마에서 표현되지 않았던 역할이라 소중해졌고요. '자명고'는 현장이 좋았던데다 연기 외적으로도 재미있게 배울 게 많았어요. '김씨 표류기'는 완벽하게 혼자였죠. 20대 때 화상 흉터로 밖에 못 나가는 연기를 할 기회를 몇이나 잡겠어요. '메디컬 탑팀'은 호주에서 8학년 때 생물학 시간에 소 눈을 해부하다 기절해서 혼자 패스하지 못했던 제가 많이 배웠던 작품이고요. '내 이름은 김삼순'은 제가 처음 미니시리즈를 찍을 수 있게 됐고 좋은 사람과 좋은 추억을 나눌 수 있었고요. '풍선껌'은 나중에 봐도 유치하지 않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아들 딸 같아요. 얘는 이래서 좋고 쟤는 저래서 좋아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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