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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인터뷰②] 송강호 "국민배우 수식은 건강한 부담감...나태하지 않게 만든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12-08 14:46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7.11.2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충무로의 심장' 송강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인 '택시운전사'(장훈 감독)을 통해서다.

1218만6205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는 시대를 그대로 스크린의 옮긴 듯 생상하면서도 아픈 과거를 따듯하게 어루만지려는 사려 깊은 연출과 스토리로 관객을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의 머리와 가슴에 깊게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송강호의 명불허전 연기에 있었다.

송강호는 광주의 끔찍한 일을 목격한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아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표정 이면의 동요와 갈등, 마음의 행로를 복합적으로 살려냈다. 캐릭터에 진심을 불어넣으며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들었고 이를 통해 지난달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으로 우뚝 섰다. 2007년 '우아한 세계'와 2014년 '변호인'에 이어 세 번째로 들어올린 남우주연상 트로피다.

수상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스포츠조선과 다시 만난 송강호는 가장 먼저 '택시운전사'를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국민 배우' '누적관객 1억의 배우' '믿고 보는 배우' 등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수많은 수식어에 대한 무게감을 묻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그런 수식어는 저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좋은 배우들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수식어에 대해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부담감은 '건강한 부담감'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관객들이 나를, 그리고 내 영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태해지지 않게 되죠. 그리고 저를 향한 그런 관객들의 믿음 덕분에 아주 잠깐이라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건강한 부담감은 곧 건강한 피드백이 됩니다."

송강호는 대한민국 영화계와 충무로를 대표하는 최고의 흥행 스타이자 배우이면서도 관객과 대중에게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존재 같은 이미지가 아닌 가깝고 친근하고 느낌을 주는 배우다.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그동안 그가 작품에서 보여준 인간미가 물씬 묻어나는 소시민 캐릭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송강호라는 배우가 가진 특유의 따뜻한 아우라 때문이기도 할 터. 이에 대해 송강호는 "태생적으로 가진 느낌인 것 같다"며 웃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1.25
"남자배우를 떠올릴 때 일반적으로 일반 사람들하고 다른 얼굴을 가진 잘 생기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는 기존의 이미지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죠. 태상적인 것부터 다릅니다.(웃음) 저는 이웃집 아저씨 같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친근하게 생각해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뛰어난 외모를 가진 배우들만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배우든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택시운전사'에서 악랄한 사복 경찰 역을 맡으며 송강호와 연기 호흡을 맞췄던 배우 최귀화는 영화 개봉 이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송강호에 대해 "타고난 천재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노력파"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모든 예술에 있어서 타고 난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노력과 연습"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7.11.25/
"후배 배우들이 저에 대해 그런 비슷한 표현을 할 때가 있더라고요. 공유 씨도 '밀정' 끝나고 '송강호 선배가 연습을 이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다. 현장에서 그냥 연기해버리는 스타일 일 줄 알았다'고 말했더라고요. 후배들이 노력하는 선배의 모습을 봐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배우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재능이나 능력도 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스스로 끊임없이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확실히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저도 약간은 타고난 게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도 항상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5월 송강호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영화들이 모이고 모여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세상 또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지 않겠냐"며 자신의 소신을 밝혀 대중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뉴스룸'에서 전했던 소신에 대한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작품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을 생각하고 고르진 않아요. 다만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이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든다면 선택하기 조금 어려운 작품이라도 용기를 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작품을 택하고 연기를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죠. '뉴스룸'에서 그렇게 이야기 했던 부분은 영화라는 매체의 힘에 대해서 말했던 겁니다.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알아야만 하는,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영화가 이야기 한다면 그것이 비록 작은 걸음이지만 계속되는 걸음이 될 거라 생각 한 것이지요.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7.11.25/
'택시운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후배들이, 또 어린 친구들이 '저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인식한 것 자체가 한 걸음 나아간 것입니다. 광주항쟁이 제가 중2 때 일어났던 일인데, '택시운전사'를 보는 주 관객층은 저와 전혀 다른 세대란 말이에요. 학교 근현대사 수업에서도 물론 배우겠지만 역사적 아픔을 책으로 접하는 것과 영상을 통해 접하는 건 확실히 다릅니다. 물론 영화 한편으로 인해 사회가 한 번에 확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긴 세월, 영화를 통해 진실과 아픔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기고 이런 과정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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