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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너희 인생 살아"…유아인, 트위터 악플에 맞선 '일당백' 언어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7-11-25 05:22 | 최종수정 2017-11-25 05:54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배우 유아인이 트위터 상의 악플러들을 상대로 뜻밖의 혈전을 펼쳤다. 유아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당백의 전투력'이 돋보였다.

유아인은 평소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SNS를 통해 드러내는데 거침없는 연예인으로 꼽힌다. 지난 24일 오후 10시경 유아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약 50여분에 걸쳐 이른바 '키보드배틀'을 시작했다. 자신의 글, 리트윗, 멘션, 검색을 오가는 그야말로 '폭풍' 그 자체였다. 장판파 다리 위에 선 장비처럼 불꽃을 토해낸 '유아인의 언어들', 그 타임라인을 살펴보자.

발단: 애호박 농담


그 시작은 6일전 '애호박 농담'으로 여겨진다. "유아인은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은 사람"이라며 우회적인 비판을 담은 글에 유아인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란 글을 남긴다. 유아인다운 농담 한마디는 이후 '때린다니 어쩔 수 없는 한국남자'라는 내용의 비난으로 돌아왔다. 그는 "농담 한마디 건넸다가 여혐한남-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이 '애호박 사건'의 여파는 가라앉긴 커녕 6일만에 다시 웹상에 화제로 떠올랐고, 유아인은 키보드를 잡았다.

전개:보기싫으면 언팔하라




유아인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 내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돼. 언팔하면 되고, 검색창에 굳이 애써서 내 이름 안 치면 돼. 너네 제발 너네 인생 살아. 나 말고 너네 자신을 가져가. 그게 내 소원이야. 진심이고. 관종이 원하는 관심을 기꺼이 줘서 감사하다"라며 용암 같은 속내를 토해냈다. 악플러들을 향한 전투 개시의 나팔이었다.

이어 유아인은 "나는 내가 예쁘게 놀 수 있고 제대로 자기 힘을 내게 사용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랑 놀께. 너네 그냥 너네끼리 놀아. 왜 굳이 스스로 불편을 찾아내는 거야. 불편이, 그것으로 세상에 뱉는 몇 마디로 너희의 존재감을 가져가지 마. '존재'를 가지도록 해"라고 대중과 자신의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어 "이것이 내가 너희를 소비자가 아니고, 관객이 아니고, 악플러도 아니고, 잉여도 아니고,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는 방식"이라며 "'무시'가 아니라 '장사'가 아니라 감사. 내가 너희에게 '감사'하는 것처럼. 살아라. 제발 살아라. 내 인생 말고. 너희의 인생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개:타인을 증오하지 말고 존중하라


유아인은 자신의 SNS에 직접 올린 11개의 글 외에도 여러 개의 '멘션'을 주고받았다. 트위터 시스템상 양쪽 계정을 모두 팔로우(또는 공개)하고 있지 않으면,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멘션을 볼 수 없다. 몇몇 흔적을 살펴보면 유아인은 유명인답지 않게, 혹는 그답게 격렬했다.

유아인은 '우리가 여성인데 여성 인권에 힘써야지 남성 인권에 힘쓰냐, 정의구현한척'이라는 글에 "그럼 남성들은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만 힘쓰라는 것이냐"며 "타인의 이해와 존중을 원한다면, 개인에 매몰되지 말고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하라"라고 반박했다.

격한 반응을 우려한 팬이 '트집잡는 사람들에게 괜한 감정소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빠 그만해달라'는 글을 남기자, 유아인은 "감정소모가 아니라 감정 사용"이라고 되받았다.

절정:짧아진 말투, 매서워진 가시


급기야 '#트위터내유아인OUT'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하지만 유아인의 기세는 한결 더 날카로워졌다.

유아인은 '멋있는척 하는 전형적인 한남짓'이라는 비난에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척 하는 메갈짓 이제 그만"이라며 매섭게 반박했다. "한남이 뭔지 알려달라"며 웃는 얼굴도 덧붙였다.

유아인은 '쓸데없는 말 해서 신세조진다'는 반발에 "내 신세, 네 신세? 뭐가 더 나은 신세일까"라고 답했다. 미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이른바 '리얼 월드' 발언이 연상된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스타에게 금기 같은 발언이지만, 이른바 '간판스타'만이 내뱉을 수 있는 자존감이기도 하다. 이름값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이의 자신감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데'라는 말에 "너는 왜 가만히 안 있니? 반이라도 가지"라는 촌철살인 대답도 강렬하다. 보는 이마저 움찔하게 된다.

결말:모두 불금!


유아인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백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면서도 50여분간 SNS 활동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천하의 유아인도 다소 지친 기색이 엿보인다. "저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저들을, 나를 구원하소서"라며 비꼬는 와중에도 한결 수그러든 모습이다. '연예인하기 힘드시죠'라는 말에 "자기들도 해석되는 것이 아프면서"라고 받아치면서도, 날은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유아인은 이날의 사태를 "혐오하는 자들이 선택하는 단어와 사랑하는 자들이 선택하는 단어의 차이"로 정의하고, 일당백의 전투를 치르고도 살아남은 자신의 전투력을 자축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50분간 이곳에서 내가 한 일의 가치를 부디 알아주시길! 그럼 이만 불금!"이란 말을 남기고 접속을 끊었다. 특히 '불금'은 앞선 '신세' 발언과도 맥락상 닿아있는 느낌이다.

후폭풍

유아인은 평소 SNS에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글을 쓰기로 이름이 높았고, 이 때문에 그의 필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피드백이 무섭도록 빨랐던 이날 유아인의 언어는 평소와 달리 간결하고 날카로웠다.

유아인이 딱히 여성향의 연기를 해온 배우가 아님에도, 그의 주팬층은 여성에 기울어있다. 이 때문인지 유아인의 기존 팬들 중에는 그의 발언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 사람이 많아보인다. 그의 팬카페에는 다수의 탈퇴글이 쏟아졌다. 그런가하면 유아인의 새로운 면모에 반한 사람들의 가입글 또한 교차하고 있다. 웹상에는 유아인의 주장을 두고 불꽃 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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