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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미니시리즈 '병원선'(극본 윤선주, 연출 박재범, 제작 팬엔터테인먼트) 속 두 명의 훈남, 다정한 내과의사 곽현(강민혁)과 까칠한 한의사 김재걸(이서원)은 모두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사가 됐다.
아버지를 롤 모델로, 또는 아버지를 향한 반항심 때문에 의사의 길을 선택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병원선'은 이해의 시간과 화해가 필요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곽현은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렸던 아버지 곽성(정인기)을 롤 모델로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분쟁지역을 누비며 의술을 펼쳤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되어 돌아왔고, 그 곁을 홀로 지키던 현은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한 인생 최대의 실수로 트라우마까지 얻게 됐다.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하는 의사로서, "아버지처럼 자아가 부서져가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마무리 짓는 게 나을 수 있다"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 때문이다.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선택"이라 말하는 설재찬(박지일)과 "의사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 말하며 곁을 지켜준 은재(하지원)를 통해 트라우마는 극복했지만, 여전히 곽성은 자아를 잃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현은 쓸쓸하게 그 곁은 지킨다. 하지만 '병원선' 속 두 사람의 힘겨운 싸움이 마냥 외롭고 고통스럽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끔이지만 "아들도 못 알아보는 아버지가 어디 있냐"며 정신을 차리는 곽성이 "항상 고맙고 미안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되길 원하는 너희 엄마로부터 도망을 쳤다"고 고백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현의 모습을 통해 소통과 이해가 가능한 시간의 소중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해가 필요한 父子, 정원중+이서원
재걸은 아버지 김수권(정원중) 원장을 향한 반항심에, 아버지 말마따나 "애비 염장 지르려고" 한의학의 길을 택했다. 언제나 재걸보다 더 뛰어났던 형의 그늘에 가려 아버지의 애정과 관심이 고팠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였던 형의 죽음을 "너 때문"이라 말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은 재걸의 엄마 한희숙(박준금)의 갑작스런 수술로 절정을 맞았다.
"엄마 위해 한 게 뭐냐. 이래도 한의사도 의사라고 우길래?"라며 화를 터뜨리는 아버지에게 재걸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할 때, 은재는 "김재걸 선생이 아무 것도 못한 건 한의사가 아니라 보호자이기 때문"이라고 마음을 대변해줬다. 갑작스레 죽어버린 엄마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는 은재는 "가족 앞에만 서면 의사노릇이 힘들다. 냉정을 잃거나, 무심해서"라는 고백도 더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기에 늘 재걸에게 무심했던 수권에게는 단호한 일침이, 아버지의 말에 늘 상처를 받는 재걸에게는 위로가 됐다. 이제껏 무관심과 미움, 애증으로 가득했던 김수권, 김재걸 부자는 과연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앞으로 변화될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한편, 27일 방송에는 "우리 아버지는 사기꾼"이라고만 언급됐던 은재의 아버지가 등장할 예정. 제작진은 "은재의 아버지로는 배우 조성하가 특별출연 한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있던 송은재 父女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며 기대를 부탁했다. '병원선' 매주 수, 목 밤 10시 MBC 방송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