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 김남길이 물을 만났다.
김남길이 tvN 새 토일드라마 '명불허전'(연출 홍종찬, 극본 김은희)에서 제대로 물 오른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극중 김남길이 연기하는 허임은 뛰어난 침술을 지녔으나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비뚤어진 조선의 남자. 혜민서 최말단 참봉의원. 죽을 고비를 맞을 때마다 500년 시간을 뛰어넘어 조선과 서울을 오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인물이다. 김남길은 허임이 시간을 오갈 때, 특히 2017년 서울에 떨어져 새로운 문명(?)을 접하게 됐을 때 모습을 능청스러운 연기로 풀어내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2017년 서울로 타임워프 한 후 병원 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김남길의 어리바리한 표정은 허임의 당황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큰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은 후 마치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만난 어린 아이처럼 수십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 첫 경험(?)은 더욱 코믹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그는 문이 닫히고 열리지 앉자 문 앞에서 "이보오, 이리 오너라'를 외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석에 주저 앉아 포에 떨며 "죽을죄를 지었소"를 외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짠내'가 폭발했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최연경(김아중)에게 컵라면 끓이는 법을 배우며 '신통한 국수'라는 대사를 맛깔스럽게 살려 폭소를 자아냈다. 이 장면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커피 포트로 물을 끓이고, 스프를 넣고 기다리는 법 등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과거의 남자 같았다.
더욱 코믹했던 장면은 그가 TV를 접하게 됐을 때다. TV 속 사람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최연경이 '코미디 빅리그'를 보고 웃자 이유도 모른 채 따라 웃던 그는 TV에서 걸그룹 여자친구가 나오자 TV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몰입력을 보였다. 밤새 TV를 보며 신조어를 깨우친 그는 다음날 최연경을 향해 '세젤예'라는 대사를 날리는 가 하면 하늘을 향해 "날씨가 레알 좋소이다"라고 외치며 시청자의 배꼽을 잡게 했다.
김남길의 코믹 연기가 더욱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동안 김남길이 TV 드라마를 통해 보여줬던 진중하고 어두운 이미지 때문. 김남길은 앞서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기구한 운명을 지닌 비담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눈길을 끌은 데 이어 '나쁜 남자'(2010), '상어'(2013) 등 작품에서 상처와 사연을 지닌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를 통해 찰진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대중의 머리 속 여전히 김남길은 무겁고 진중했다.
하지만 '명불허전'에서 김남길은 4년만에 택한 드라마에서 그동안의 이미지와 다른 제대로 된 코믹 연기로 대중을 웃기고 있다. 드라마의 활기차고 유쾌한 무드와 꼭 맞아떨어지는 김남길의 연기는 '명불허전'의 상승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명불허전'은 침을 든 조선 최고의 '침의' 허임(김남길 분)과 메스를 든 현대 의학 신봉자 흉부외과의 최연경(김아중 분)이 400년을 뛰어넘어 펼치는 조선왕복 메디활극이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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