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렌드 100-38] 반하트 디 알바자 정두영 디자이너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7-08-14 09:25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6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서른 여덟 번째 주인공은 반하트 디 알바자를 이끌고 있는 스타 디자이너 정두영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 기자] 과거 패션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패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었던 과거에는 패션을 접할 수 있는 채널 역시 일부였다. 디자이너가 패션쇼를 통해 발표한 의상들은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되었다. 디자이너가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클릭 몇 번이면 수 많은 브랜드의 최신 상품, 패션쇼, 그리고 패션 정보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패션 정보는 무한 개방 됐다. 정보의 개방은 누구나 전문가 위치에 근접할 수 있게 만들었고, SNS의 발달 까지 더해지면서 새로운 전문가들의 파급력과 수가 증가했다. 이들은 디자이너처럼 하나의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성장했고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는 상실됐다. 이런 변화로 인해 디자이너들에겐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바로 트렌드를 캐치해내는 것. 자신의 색깔을 제시하면서도 동시대의 다른 트렌드를 녹여내야만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새 임무다.


변화 속에서도 절묘한 균형감으로 두각을 보이는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반하트 디 알바자를 이끌고 있는 정두영 디자이너. 정두영 디자이너는 이탈리안 모던 클래식이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에 맞는 남성복들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패션쇼에서 프리젠테이션쇼로 과감한 체제 변환, 온라인 몰 오픈, 비스포크, 컬렉션, 기성복 라인의 세분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트렌드를 분석하고 또 제시해온 정두영 디자이너와 패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정두영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최근의 돋보이는 트렌드가 궁금하다.

스포티즘의 일상화다. 스포츠웨어가 일상 패션에도 많이 녹아들었다. 포멀한 재킷에 스포츠 팬츠를 입는다거나, 수트에 운동화를 신는다거나. 어떻게 보면 조닝리스(Zoningless)로도 볼 수 있다. 수트, 스포츠웨어, 캐주얼 등의 경계가 무너지니 말이다. 젠더리스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반하트 디 알바자의 FW 시즌 트렌드에 대해 귀띔해준다면.

이번 FW에 멀티 컨템포러리, 크로스 보더리스가 트렌드로 제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옷에 대한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넘어서 라이프 스타일, 스트리트웨어, 비제도권 까지 아예 경계가 없어지는 크로스 보더리스가 트렌드로 부상할 것 같다. 과거에는 수트는 각지고 웅장한 스타일이 대세였다. 그런데 요즘은 수트의 딱딱함을 싫어하더라. 그래서 스포츠웨어를 크로스하고, 스니커즈를 매치하고, 패딩 베스트를 매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소재와 실루엣마저 부드럽게 바뀌었다. 어깨 패드도 부드럽고, 라펠도 딱딱하지 않고 비접착식으로.


-확실히 요즘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패션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빨리 패션에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도입했다. 의류 매장에 피규어, 화분, 가구 같은 걸 배치해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샵의 등장으로 이런 샵들이 시들해졌다. 피규어는 피규어 전문샵이 생겼고, 화분은 화분 전문샵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의 조화는 '의류 브랜드의 토탈화'라고 내렸다.


-의류 브랜드의 토탈화...구체적으로 더 설명을 부탁한다.

최근 소버린하우스의 매장에 다녀왔는데 수트와 셔츠 같은 옷 뿐만 아니라 잠옷, 속옷까지 다 갖추었더라. 사람의 24시간, 라이프 전체를 제안하는 거다. 수트, 포멀웨어라는 틀을 벗어나서 한 사람의 일을 하는 온 타임, 일 외의 오프 타임까지 한 샵에서 모든 것을 책임져주더라. 즉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건 부분들을 모아 보여주는게 아니고 24시간을 전부 책임지는 거다.

-그럼 이런 토탈화를 반하트 디 알바자에 담아낼 계획인가.

물론 반하트는 속옷과 잠옷을 만들 순 없다. 하지만 온 타임에 입을 수 있는 수트와 오프 타임에 입을 수 있는 캐주얼까지 제안해 '옷장을 반하트로 채운다'라는 생각을 보여드리고 싶다. 24시간을 커버할 수 있는 옷을 제안하는게 진짜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 아닐까.

-이런 트렌드를 제시하기엔 패션쇼보다 프리젠테이션쇼가 적합한 것 같다.

2016 F/W부터 서울 패션위크에서 쇼를 하지 않고 있다. 런웨이로 15분 의상을 보여주는 것. 이것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이런 트렌드의 이유, 디테일에 대해 설명하고 전달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또 중요한 점은 패션쇼는 시즌 6개월 전에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의 경우 시즌 직전에 할 수 있다. 더 즉각적으로 트렌드를 분석하고 또 반영할 수 있는 거다.

-실제 효과는 어떠한가?

확실히 효과가 있다. 과거에는 책이나 패션쇼가 패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 덕분에 남극에 있어도 패션 정보를 다 알 수 있다. 심지어 요즘은 실시간으로 트렌드가 생기고 사라진다. 그런데 6개월 전 패션쇼를 통해 트렌드를 제안한다? 패션 트렌드가 워낙 인스턴트해지고 있기 때문에 패션의 페러다임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몰 오픈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 인가.

온라인과 모바일이 강세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움직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음악, 차처럼 옷도 스트리밍으로 변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해외에선 의류 스트리밍 시장이 크다더라. 디자이너로로서의 생각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아직 폐쇄적인 듯 하다. 근데 자동차 카쉐어링도 자연스러워졌고, 옛날부터 자리잡고있는 정수기 렌탈 사업도 있고. 그래서 옷 스트리밍 시대도 금방 올 것 같다. 미국에선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도 했다.

-트렌드가 시시각각 바뀌는 시대,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트렌드, 세상이 변하는 현상과의 밸런스를 찾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외골수로 가는 건 현 시대에 맞지 않다. 워낙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나만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트렌드와 잘 맞춰서 제안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앞서 조닝리스, 경계의 무너짐을 언급했는데 콜라보도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나.

과거 피에트의 상속자, 이탈리아의 패션 재벌 라포 엘칸의 이탈리아 인디펜던트라는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적이 있다. 유효한 전략이지만 지금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앞서 말한 크로스 보더리스에 의한 브랜드 확장이다. 지금은 외부로의 확장이 아닌 내부로의 확장에 도전하고 싶다.

-내부와 외부, 트렌드와 아이덴티티. 많은 고민이 느껴진다.

T자형 인간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과거에는 '전문적인 깊이만 있으면 된다'였다. 하지만 현재는 수평성, 즉 소통이 안되는 전문가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통이 가능하고, 보편 타당한 개념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T자형 인간이 되고 싶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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