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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주차 주말 700만 돌파를 목전에 두며 흥행 쾌속 질주 중인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 엔딩크레딧에서 등장하는 실제 독일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인터뷰는 어떻게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을까.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장훈 감독은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인터뷰 영상을 영화에 삽입하기까지 과정을 전했다. 장 감독은 "처음부터 인터뷰 영상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실존 인물을 만나 당시 광주의 상황과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를 찾은 이유를 묻고 싶었고 그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허락을 받으려 그를 찾아갔다. 편안하게 동의를 구하는 자리였다. 위르겐 힌츠페터를 만나 '택시운전사'의 제작 의도와 스토리를 설명했고 그 역시 영화화되는 것에 기뻐했다. '택시운전사' 스토리를 누구보다 좋아했다. 아무래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 영화적으로 캐릭터화 되는 부분도 있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까지 전부 만족해했다. 실제로 만난 위르겐 힌츠페터는 한결같고 상식적이며 훌륭한,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추억했다.
이어 "광주에 간 이유로 '기자니까 당연히 가야지'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주제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기자의 사명감도 있었겠지만 인도주의적인 신념도 내포된 행동이었을 것이라 믿는다"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사복에 대해 떠올리다 갑자기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남기고 싶었다. 나와 제작자의 우발적인 행동이었고 즉흥적이었다. 카메라를 설치한 뒤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고 물었는데 한참을 고민하더라. 그가 너무 오랫동안 침묵에 잠겨있어서 사실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드라마틱하게도 그 순간 위르겐 힌츠페터가 입을 열더라. '보고 싶다'는 말에 김사복을 향한 진심이 모두 담겨 있더라. 의도치 않았던 최고의 인터뷰 영상을 남기게 됐다. 물론 그때엔 앞으로 계속 뵙게 될 줄 알았다. 열심히 찍은 '택시운전사'도 보여드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 속 이 영상이 위르겐 힌츠페터와 마지막 만남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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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목격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죽음의 공포를 무릅쓴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한국인의 양심을 깨워 민주화를 앞당겼다'라는 공로로 지난 2003년 11월 열린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를 계기로 지금의 '택시운전사'가 만들어지게 된 것. 늘 '내가 죽거든 광주에 묻어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2016년 1월 독일 북부의 라체부르크에서 투병 끝 79세를 일기로 별세했고 그가 바란 대로 그해 5월 광주 북구 망월동에 위치한 5·18 옛 묘역에 손톱과 머리카락 등의 유품이 안치됐다.
이렇듯 '택시운전사'의 상징과도 같은 위르겐 힌츠페터. 엔딩크레딧을 장식하는 그의 인터뷰 영상은 '택시운전사'를 본 700만명의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깊은 여운을 오래 품고 간직할 수 있게 만든 '신의 한 수'였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가세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