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먹방이지만 먹방이 아니어서 성공한 '한끼줍쇼'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7-07-27 11:47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 또한 먹방의 진화라면 진화라고 할 수 있을까?

JTBC '한끼줍쇼'가 역대 두 번째 높은 시청률로 또 다시 6%를 넘봤다. 지난 26일 방송된 일본특집 2탄이 5.96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를 기록, 5월10일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 6.001%에 육박했다.

지난해 10월 방송을 시작한 '한끼줍쇼'는 기획 당시부터 정체가 모호했다.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소개는 예능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렸다. 먹방이지만 또 먹방은 아니라는 제작진의 설명은 방송을 보지 않고는 쉽게 이해가 안 갔다.

베일을 벗은 '한끼줍쇼'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제작진은 숟가락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선 이경규와 강호동이 시청자와 저녁을 함께 나누며 '식구'가 되는 모습을 따라갔다. 서로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바삐 살아가는 요즘 사회에서 뜬금없이 저녁을, 그것도 집밥을 같이 먹자는게 과연 통할까란 의문은 첫 회의 보기 좋은 실패로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한끼줍쇼'는 15회만에 종편 꿈의 시청률이라는 5%를 넘어서더니, 30회만에 6%를 돌파하며 놀라운 속도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일본에서도 이경규와 강호동을 보고 "'한끼줍쇼' 아니냐"고 알아볼 정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끼줍쇼' 찾아오면 문을 열어줄 것인가, 아닌가가 화두가 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한끼줍쇼'는 그만큼 기존 먹방과는 분명히 다른 노선을 취했고 이 같은 기획 의도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이경규와 강호동이 국민MC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출연자의 진정성이 중시되는 요즘, 낯선 이의 마음을 열고 집에 들어가 함께 밥을 얻어 먹기 위해서 그 어느 경우보다 진심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경규는 "한 집 한 집 누를 때마다 실례하는 듯한 미안함, 프로그램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혈압재면 180이상 나올 거 같다. 당이 뚝뚝 떨어진다"고 말했을 정도.

MC 뿐만이 아니다. '한끼줍쇼'의 시청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시점은 바로 게스트가 등장하기 시작한 때와도 맞물린다. 인기 아이돌 멤버부터 개그맨 김용만, 정형돈, 배우 박해진, 김윤진, 이선균, 가수 이효리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한끼줍쇼'에서만큼은 초심으로 돌아가고, 초인종 앞에서 겸허해 진다. 어떤 예능에서도 볼 수 없는 스타의 반전이 큰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한끼줍쇼'에서 가장 큰 시청 포인트는 역시 저녁 식탁에서 나온다. 이들의 한끼 도전은 단순히 미션 성공이냐 실패냐를 넘어 각박한 사회 속에서 과거의 인심과 정을 떠올리게 했다. 문 열기가 조심스러운 요즘 시대에 다른 집의 식탁을 엿보는 대리만족의 재미를 선사했다.


'한끼줍쇼'의 먹방에는 요즘 사람들의 삶이었다. 학원을 가는 학생들의 편의점 라면부터 3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의 손맛 가득한 밥상에 이르기까지, 다큐멘터리에서도 만나기 힘든 다양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사장님부터 반려견에 이르기까지, 밥을 매개로 전달되는 각양각색 인생 스토리가 '한끼줍쇼'를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윤현준 CP는 제작발표회 당시 "엄밀히 따지자면 '먹방'은 아니다. 우리 국민의 저녁에 대해 가감없이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소개했고, 방현영 PD는 "대본없이 리얼한 프로그램이다. 식큐멘터리라고 표현했는데 장르적으로도 예능이면서 현장을 보여주면서 여러가지 장르가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먹방이지만 먹방이 아니라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먹방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한 '한끼줍쇼'는 자신만의 방향을 제대로 찾은 듯하다.

ran613@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국내 유일 실시간 현장정보 무료 제공 이벤트 실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