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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 조선인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군함도'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언론·배급 시사회에는 딸 소희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악단장 이강옥 역의 황정민, 종로 일대를 평정한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의 소지섭, 임무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독립군 박무영 역의 송중기, 갖은 고초를 겪은 강인한 조선 여인 말년 역의 이정현, 이강옥의 목숨보다 소중한 딸 이소희 역의 김수안, 류승완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을 당했던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해 새롭게 재창조한 '군함도'. 총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된 충무로 판 블록버스터인 '군함도'는 숨겨진 역사를 기반으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충무로 연기킹'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연, 김수안을 통해 스크린에 펼쳐냈다.
류승완 감독은 "첫 공개하는 자리에 모두가 잠을 설치고 긴장하면서 왔다.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군함도'의 역사를 알린다는 것이 우리의 목적 중 하나였지만 이 영화를 제작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 그 안에서 벌어질법한 이야기들이 나를 자극해 '군함도'를 만들게 됐다.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책무는 작업 과정에서 생긴게 사실이다. 조선인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군함도 자료를 조사하면서 그곳에는 나쁜 일본인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좋은 조선인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더 포커스를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런 시대 배경을 다룰 때 이분법적인 접근으로 관객을 자극하는 행위는 오히려 왜곡이 될 것 같았다. 현재 군함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실 가지고도 우리 내부를 들여다 보면 당시 우리 외교부에서도 책임이 있다. 내가 다루고 싶었던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제국주의에 모든 악을 표현해 다루는게 아니라 전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약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봐야할지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군함도를 탈출한다는 것은 정리되지 않은 과거로부터 탈출이라고 여겼다. 오래전 청산해야할 역사가 아직도 정리되지 않고 우리를 잡아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빨리 탈출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군함도 탈출은 어떻게보면 헬조선 탈출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일을 영화로 끄집어 낸 것은 내 무의식 중의 욕망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내가 탈출 영화를 좋아한다. 언젠가 탈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마침 군함도와 맞물려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규모가 크고 어려운 소재를 단순히 영화적 취향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황정민 선배와는 '베테랑' 전부터 '군함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작품에 대한 의미를 새겼다.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될 줄 몰랐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는데 두렵기도 하고 때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를 때도 있다. 가장 조심스러운 것은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소재를 가지고 여름 시장에서 장삿속으로 내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엄청나게 큰 영화가 됐다. 우리의 작업이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치는게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달 일본 매체가 내게 질문을 한 것도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일침'이라고 의미가 새겨져 당황했다. 어떤 작은 한가지도 크게 부풀려지는 것 같다. 이 세상에 꼭 봐야할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보고 싶으면 보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군함도의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인 것 같다. 혹여 우리 영화가 별로여서 군함도에 대한 역사까지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뭉클한 진심을 전했다.
한편, '군함도'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가세했고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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