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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CJ E&M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소수를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관행'의 폐해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작은 tvN '윤식당'이었다. '윤식당' 측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특정 언어 번역사를 구인 공고를 냈다. 그런데 구체적인 보수가 게재되지 않은 채 한정판 앞치마를 상품으로 제공하겠다고 표기해 논란이 야기됐다. '무보수 번역' 혹은 '열정 페이'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팬들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CJ 측에서 주장하는 '합리적인 번역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앞치마를 운운했을 정도라면 애초부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페이를 예상했던 것이 아니겠냐는 게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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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CJ E&M 측은 18일 "사망에 대한 경찰 조사 후 유가족과 원인 규명 절차와 방식에 대해 협의해왔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이 생겨 매우 안타깝다. 당사 및 임직원들은 경찰과 공적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며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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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들의 고군분투를 다뤄 인기를 끌었던 '혼술남녀'가 사실은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흙수저를 탄압하고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사과마저 진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가족의 주장대로라면 CJ E&M은 이PD의 나약함과 근무 태만을 문제로 지적하며 자살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또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참 지나고 나서야 발표한 공식 사과문에서도 '협의를 했음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다', '경찰과 관련 기관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하겠다'는 등의 수동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소속 직원이 사망에 이른데 인한 잘못을 시정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대중도 이와 같이 격분하진 않았을 것이다.
꿈을 쫓는 이들의 열정을 담보로 그들을 옭아매는 행위는 방송가의 오래된 악습 중 하나다. '윤식당'의 번역 논란도, 이한빛PD의 죽음도 모두 이와 같은 악습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사건이다. CJ E&M 또한 이 대목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혼술남녀' 시즌2 제작 여부에 대한 논의를 나누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시정하고 방송가 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