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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전설의 집 앞에 선 순간부터 한세주는 순식간에 귀여운 남자가 됐다. 갑자기 나타난 유진오에게 "여기 왜 있어?"라고 화내는가 하면, 전설에게 유진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은 것. 또 TV화면 속 백태민(곽시양 분)을 칭찬하는 전설에게 "나는? 화면이랑 실물이랑 어느 쪽이 더 나아?"라고 폭풍 질투도 했다. 멋진 남자의 정석으로 불리는 "오다 주웠다"도 빼놓지 않았다.
한세주 캐릭터의 귀여운 면모와, 이를 기막히게 살린 배우 유아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것도 잠시. 극 전개 속에서 한세주의 상처 가득한 과거가 밝혀진 것이다. 한세주가 "10년 전으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10년 전 가난한 작가지망생이었던 한세주가 전설이 일하던 샌드위치 가게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글쓰기에 몰두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난 것이다.
"작가님도 유령작가였나?"는 질문에 한세주는 "내 글을 베끼면 베꼈지, 남의 글을 빼앗지는 않아"라고 울부짖었다. 그의 울부짖음은 그간 까칠함과 예민함 뒤에 가려졌던 한세주라는 인물의 가슴 속 상처를 오롯이 보여줬다. 동시에 상처를 숨기고 살아온 한세주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아팠을지, 시청자는 다시 한 번 궁금하고 마음 쓰게 됐다.
유아인은 특유의 유려하고도 섬세한 연기로 한세주의 다양한 면모와 숨은 스토리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까칠하고 예민할 때는 한없이 얄밉다가도, 질투할 때면 시청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귀여웠다. 과거 상처로 인해, 슬럼프에 빠진 현재 상황으로 인해 불안해 할 때는 보는 사람의 가슴이 아릿할 만큼 애처로웠다. 6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인물을 통해 시청자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유아인이기에 가능했다는 반응이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미스터리도 서서히 실마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스토리에 탄력이 붙고, 캐릭터가 입체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유아인만의 다채로운 연기가 더해졌다. '시카고 타자기' 향후 회차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편 '시카고 타자기'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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