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렇게 짠내나는 악역이 있었나 싶다.
SBS 월화극 '귓속말' 권율이 소름끼치도록 정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는 악역 캐릭터로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방송된 '귓속말'에서는 궁지에 몰린 강정일(권율)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버지 강유택(김홍파)과 최일환(김갑수)의 거래로 버림 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강정일은 "10년 동안 태백을 위해 일했다"며 애원했지만 최일환은 화분을 집어 던지며 버리라고 소리질렀다. 앞서 강정일은 사랑하는 여자 최수연(박세영)을 잃었다. 최수연은 최일환에게 강정일의 살인 행각이 드러나는 걸 막아달라고 부탁했고, 최일환은 그 조건으로 최수연과 이동준(이상윤)의 결혼을 추진했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강정일이 이제는 충성을 맹세했던 직장까지 잃게된 것이다.
강정일은 분명 피도 눈물도 없는데다 머리도 좋아 분노를 유발했던 악역 캐릭터다. 신영주(이보영)의 위장 취업을 폭로하는 등 한 수 앞을 내다보며 번번히 신영주의 복수극을 망쳐놨다. 기가 막히게 방해 공작을 편 탓에 신영주는 매번 결정적인 증거를 잡고도 복수를 포기해야 했고 그때마다 시청자의 혈압도 상승했다. 그가 악인을 자처한 것은 사랑하는 최수연과 로펌 태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집안 과거사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되며 짠한 마음을 들게 했다.
그 어떤 말로도 살인이나 범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강정일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는 건 권율의 연기 덕분이다. 권율은 사랑과 야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정일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3주 동안 6kg을 감량하며 한층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수트 착장으로 지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순식간에 달라지는 감정 연기도 일품이다. 신영주와 대립할 때는 싸늘한 눈빛 연기와 차분한 어투로 긴장감을 높이지만, 최수연을 마주했을 땐 은은한 미소를 띄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다.
권율은 앞서 SBS 특집극 '너를 노린다'에서 일류 지상주의자 염기호 역을 맡아 고급스러운 악역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상냥하고 다정한 가면 뒤에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본성을 감춘 미스터리 악역 주혜성 역을 연기하며 큰 화제를 보으기도 했다. 그리고 '귓속말'에서는 처절한 악역 강정일로 분하며 신개념 '악역 3부작'을 완성하고 있다.
권율이 '귓속말'에서 앞으로 이보영-이상윤 세력과 대립하며 얼마나 긴장감을 끌어올릴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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