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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MBC '자체발광 오피스'가 현실과 완벽히 일치하는 드라마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열띤 공감을 받고 있다.
은호원은 1회부터 "하라는 대로 했잖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고, 장학금 받으려고 잠 못 자가면서 미친 듯이 했구요. 먹고 살려고 알바도 열심히 하고…저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깐깐하게 면접을 보는 이들에게 "학자금 대출에 집세도 내야하고 먹기 살기 힘드니까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왔지. 인생을 걸긴 무슨 인생을 걸어요!"라고 폭탄을 날리는가 하면, 계약직을 걸고 블랙 컨슈머를 달래야 하는 상황이 되자 '싼 무릎'을 꿇는다. 이처럼 은호원은 헬조선의 N포세대 청춘들을 대변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고 있다.
은호원과 함께 하우라인 계약직으로 입사한 '은장도' 도기택(이동휘 분)과 장강호(이호원 분)도 계약직의 애환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기택은 공무원 시험에 연이어 낙방하며 여자친구 하지나 대리(한선화 분)와 헤어지게 되지만, 변함없는 순애보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강호 역시 엄마가 스펙까지 만들어주지만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고, 결국 학교 후배가 신입사원인 하우라인에 계약직으로 입사하며 굴욕을 맞는다. 하우라인 계약직 3인방 '은장도'는 말끝마다 "계약직"으로 불리며 회사 행사에 동원되거나 무시당한다. 마케팅부와 영업부에서는 서로 떠넘기는 존재이고, 심지어 거래처에서까지 무시당하며 충만한 의욕과는 달리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계약직의 설움을 보여준다.
하우라인의 얼음 마녀 조석경 과장(장신영 분) 역시 겉보기에는 서우진 부장처럼 깐깐하고 출세지향적인 것처럼 보이나, 인내와 침묵으로 승진을 하는 싱글맘의 애환이 오롯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박 부장이 지나친 회식과 접대에 골몰할 때에 "그만하시죠"라고 한 마디 하지만, 크게 반항하지는 못한다. 은호원이 누명을 썼을 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도와주지 않고 직장의 문법을 따르지만, 찬반 투표로 조용히 도와준다. 교통사고 다음날에도 다친 손으로 일을 하려 하고, 홀로 기르는 딸을 돌봐준 장강호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승진에 누가 될까 봐 직장에 비밀로 해 달라고 한다.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남성의 문법에 따르는 여성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캐릭터다.
영업부 박상만 부장(권해효 분)은 서우진이 싫어하는 방식으로 회사 생활을 영위해간다. 일보다는 사내 정치에 능하고, '실력보다는 라인'을 믿는 캐릭터다. 또한 계약직을 은근히 무시하고 자신의 일을 은근슬쩍 계약직에게 떠넘기는 이용재 대리(오대환 역)나 업무시간에 쇼핑몰 핫딜에 마음을 빼앗기고 기존에 하던 대로 일을 진행하는 하지나 대리는 밉상 직장인 캐릭터다. 주변에서 피해를 받았을 법한 밉상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해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의사이자 하우라인의 회장 아들인 서현(김동욱 분)처럼 삭막한 직장 생활에 온기를 주는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준다. 낙하산 오해로 은호원이 곤혹을 치른 뒤 서현은 호원에게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라고 지지해준다. 허구동 과장 역시 서우진 부장에게 까칠한 싸움 대신 발전적인 싸움을 하도록 정보를 주고 회장과 연결을 해주며 그래도 직장생활을 해나가도록 돕는 힘을 준다.
이처럼 '자체발광 오피스'는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한 직장인 캐릭터를 총망라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부른다. 이는 시청자가 때로는 호원에게, 때로는 우진에게 공감하게 만들고, 이들이 활약을 바라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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