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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의 간판 레퍼토리인 '고도를 기다리며'가 7일부터 5월 7일까지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맞는다.
'고도…'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난 부조리극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란 의미의 부조리(不條理)는 지난 세기 초,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성(城)'에서 시작된 문학적 실험이다.
카프카는 전통 서사를 뒤집는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임으로써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성(城)'의 주인공 K는 성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끝내 입성에 실패한다. K가 누구이고, 왜 들어가려 하고, 왜 실패했는지 딱히 설명도 없다. 뚜렷한 6하 원칙 속에서 용감한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목적을 달성하는, 기승전결 구성에 익숙한 관객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이야기에서 상식으로 간주된 것을 해체해 뒤집음으로써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게 부조리문학의 의도이다. 따라서 '고도…'는 전통적 텍스트를 대하듯 내용을 이해하려고 씨름하면 더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대신 그 시도가 던져주는 해석의 자유를 누리는 게 낫다.
누군가 원작자 베케트에게 "도대체 고도는 누구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베케트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도 모릅니다." 당연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