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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된 '컬트'의 귀환, 뮤지컬 '록키 호러쇼'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3-03 11:02



광적인 숭배, 추종을 뜻하는 '컬트(cult)'는 20세기 후반, 세상을 뒤흔든 전위 문화의 한 축이었다. 우아한 고급 문화가 아닌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B급 문화와 키치(Kitsch)를 수단 삼아 기성 세대의 허위와 가식을 통렬하게 조롱하고 비판했다. 컬트의 공연장은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의 광적인 집회를 연상시켰고, 관객들은 젊음의 열정과 짜릿한 해방감을 만끽했고 몸 속에 잠자고 있던 자유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뮤지컬 역사에서 이 컬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록키 호러쇼'(연출 오루피나)가 9년 만에 재공연된다. 알앤디웍스가 제작해 오는 5월 26일부터 8월 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올린다.

'록키 호러쇼'는 영국의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리차드 오브라이언이 작곡과 대본, 노랫말의 1인 3역을 해냈다. 사실 뮤지컬 역사에서 이렇게 혼자 북치고 장구쳐 대박을 터뜨린 작품은 많지 않다. '록키 호러쇼'와 스티븐 슈월츠의 '위키드' 정도가 대표적이다.

'록키 호러쇼'는 1973년 런던 웨스트엔드의 60석 짜리 로열 코트 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곧 500석 규모의 킹스로드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고, 그 해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가 선정한 최우수 뮤지컬 드라마상에 뽑혔다. 이듬해 대서양을 건너 LA에 도착했고, 1975년 마침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현대 상업 뮤지컬의 전형적인 성공 수순을 밟은 것이다.

1975년에는 '록키 호러 픽쳐 쇼'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역시 대성공을 거뒀다. '델마와 루이스' '데드맨 워킹'으로 나중에 할리우드의 대배우가 된 수잔 서랜든이 풋풋한 신인 시절 주인공 자넷을 연기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선 젊은이들이 밤새 술병을 든 채 영화를 보고 또 보며 소란스러운 축제를 즐겼다.

메리 셜리의 '프랑켄슈타인' 등 SF 소설과 할리우드의 B급 공포 영화에 심취했던 리차드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좋아했던 두 장르의 요소들을 적절하게 엮고 패러디를 더해 '록키 호러쇼'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완성했다.

막 약혼식을 올린 브래드와 자넷이 폭우 속에서 자동차 고장으로 낯선 성을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이 괴기한 성에는 의외의 인물들이 살고 있다. 외계에서 온 양성 과학자 닥터 프랑큰, 그리고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 인조인간인 금발의 록키 등이다. 이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밤새 벌이는, 코믹하고 기괴하면서 섹시하고, 말이 안되는(!) 포복절도의 이야기가 바로 '록키 호러쇼'다.

국내에선 2001년 초연 후 2005년과 2006년, 2008~09년까지 총 네 차례 공연되었으며 2010년에는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 있었다. 초연 때 개그맨 홍록기, 이선균을 비롯해 강지환 홍지민 김선경 등이 이 작품을 거쳐갔다. 2001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봤던 '록키 호러쇼'의 짜릿한 전율이 지금도 새롭다.

'록키 호러쇼'는 기존 질서와 도덕에 대한 코믹한 풍자가 트레이드마크이지만, 그것이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음악의 힘이 뒷받침됐기에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사실 뮤지컬에서 혼자서 작곡과 극본, 노랫말을 다 책임진 경우, 음악이 약한 경우가 많다. 한 인간이 여러가지 재주를 동시에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록키 호러쇼'는 그로테스크한 드라마와 어울리는 신나고, 끈적끈적하고, 달짝지근한 넘버들이 어우러져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오프닝 곡 '사이언스 픽션/더블 피처'(Science Fiction/Double Feature)는 찾아서 들어볼만한 명곡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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