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제2의 '구르미 그린 달빛'이 되지 못했을까.
KBS2 월화극 '화랑'이 21일 종영한다. '화랑'은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꽃 같은 사내 화랑들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100% 사전제작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된데다 박형식(제국의아이들) 박서준 김태형(방탄소년단 뷔) 민호(샤이니) 조윤우 도지한 고아라 등 청춘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해 큰 관심을 받았다. 혹자는 퓨전 청춘 사극이라는 점, 꽃미남들이 대거 출격한다는 점에서 2016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구르미 그린 달빛'의 기운을 잇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화랑'은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2016년 12월 19일 첫 방송은 6.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시청률이 조금씩 상승하긴 했지만 7~8%대의 시청률에 그치며 월화극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대체 왜 '화랑'은 초반의 기대와 달리 추락했을까.
일단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화랑'은 2016년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한창 상승세를 탔을 때 시작됐다. 초반 이슈 선점에 불리했던 것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 내내 '화랑'은 월화극 2위 자리에 머물렀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나고 한숨 돌리려던 찰나, 이번엔 지성의 SBS '피고인'과 김상중-윤균상을 내세운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찾아왔다. 초반 시청층 다지기에 실패한 '화랑'이 '믿고 보는 배우'들의 공습을 받아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게 '화랑'은 월화극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배우들의 열연은 좋았지만 스토리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화랑'은 국내 최초로 화랑 이야기를 전면에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었던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화랑들의 의리와 성장은 곁가지 정도로 다뤄졌고, 삼맥종(박형식)-아로(고아라)-선우(박서준)의 삼각관계가 극 중심부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서사는 실종됐다. 캐릭터들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중후반부부터 시작된 캐릭터의 변화는 낯설게 다가왔다. 또 초반 흥미를 유발했던 삼맥종의 커밍아웃, 선우의 출생 비밀 등의 소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힘을 잃었다. 삼맥종과 선우의 출신 성분은 '화랑'이 꽁꽁 감춰둔 최종병기였다. 그런데 결국 이들의 출생 비밀이 왕위 쟁탈전으로 연결되면서 개연성도, 캐릭터의 설득력도 모두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멜로라도 탄력있게 그려졌어야 했는데 '화랑'의 러브라인은 일말의 진전도 없이 힘을 잃고 늘어져 시청자를 실망시켰다. 그나마 박서준의 순애보와 박형식의 박력있는 돌직구 짝사랑이 화제를 모아준 정도였다.
무엇보다 역사적 고증이 엉망이었다. '화랑'의 시대적 배경은 진흥왕 시대다. 진흥왕은 통일 신라의 기반을 만든 정복 군주다. 그러나 진흥왕(삼맥종)이 어머니 지소 태후(김지수)의 기에 눌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살며 아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고자 안달난 약한 캐릭터로 그려졌을 뿐 아니라 역모라는 소재까지 가볍게 다뤄지며 시청자의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또 진흥왕 시기의 명재상 이사부와 거칠부 등 주요 인물들까지 사라지면서 더욱 난감한 드라마가 됐다.
아무리 퓨전사극이라고는 하지만 특정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면 기본적인 역사적 고증은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아예 새로운 가상의 시대를 만들어냈어야 역사와 퓨전 사이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화랑'은 이 두가지를 모두 간과했다. 결국 '화랑'은 주제의식도, 재미도 잃어버린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로 '화랑'은 마니아층 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화랑' 후속으로는 고소영 윤상현 주연의 '완벽한 아내'가 27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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