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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故김성재의 유족들이 그의 죽음만큼이나 깊었던 22년간의 상실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14일 EBS1 '리얼극장-행복'에서는 '듀스 김성재 사후 22년, 어머니와 동생' 편이 방송됐다.
이날 육영애 씨는 "모든 증거로 보면 잡힐 듯하면서도 아직 미궁"이라면서도 "자살은 아니다. 왜 내 아들은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가버리고 내 앞에 없나"며 아픔을 토로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유품을 쥐고 "유품에 묻은 먼지에도 성재의 추억이 담겨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유품을 버린다는 게 나한테는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머니의 22년전 떠난 아들에 대한 집착은 동생 김성욱에겐 소외감과 서운함으로 남았다. 김성욱은 "보통 몇 가지만 남겨놓고 버리지 않냐. 짐이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라며 "어머니는 마음속에 방을 만들고, 그 속에 형을 두고 살고 있다. 내가 살아남아서, 형이 아니라 죄송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김성욱 역시 형 김성재에 대한 사랑은 마찬가지다. 김성욱은 형이 떠난 후 가수로 데뷔, 2집까지 활동했다. 배우와 뮤지컬에서도 활약했다. 김성욱은 "형의 후광을 입고 데뷔를 한 거다. 제가 무슨 수로 데뷔를 했겠나"며 "형이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그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성욱은 술이 원인이 돼 전신화상을 입고 연예계를 은퇴했다. 육영애 씨는"화상 후 5~6년은 지옥이었다. 무슨 일이든 문제를 일으키고 잡혀갔다. 징글징글했다"고 고통스럽게 회상했다.
김성욱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죽은 아들만 아끼냐. 난 이길수 없는 상대를 두고 싸우는 거다. 형의 좋은 거만 기억하는데(내가 어떻게 이기냐)"며 좌절했다. 육영애 씨는 "생떼 같은 아들은 갔고, 남은 아들은 내 속을 몰라주니 괴롭다"고 토로했다.
육영애 씨는 죽은 동생에 매달려 슬퍼하는 친정엄마가 싫었고, 때문에 김성욱씨에게도 슬픔을 숨기려고만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성욱은 "엄마 혼자 그렇게 안고 살지 말아야한다. 털어놓아라. 형은 내게도 소중한 존재 아니었냐"며 설득했다. 육영애 씨는 "첫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고, 잘할 것 같던 둘째 아들도 잘 안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어디까지 잘못을 했는지 모르니까 속상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성욱은 "왜 참냐, 나랑 같이 하자.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형 죽음은 우리에게 천지가 개벽할만한 사건이었다"며 "형을 품고 산다는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아니까 떠나보내라고 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어머니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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