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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실험', 국내 기업 근로문화에 어떤 영향 미칠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7-02-14 18:07



'넷마블의 실험, 어떤 영향 미칠까?'

넷마블이 게임계에 만연한 근로조건 개선에 나섰다. 지난 8일 넷마블은 야근 및 주말근무 금지를 비롯해 탄력근무제도 도입, 퇴근 후 메신저 업부지시 금지, 건강검진 전 직원 확대 시행 등 근무 조건 개선안을 의무 실시하기로 하고, 13일부터 이를 본격 시행하기 시작했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13일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넷마블 전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실행에 옮기는 이유는, 직원들의 건강한 삶을 지향하고 근무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기업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라며 개선안 취지를 밝혔다.

게임은 대표적으로 24시간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 다른 업계와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넷마블은 현재 서비스중인 라이브 게임의 정기 업데이트를 심야에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 당장 가능한 게임부터 시행하고, 한달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모든 게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과도한 업무분배는 적극적으로 인원을 충원해 해결하며, 당장 발생하는 업무는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실시하고 의무적으로 대체휴가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문화 정착을 위해 게임런칭과 업데이트 지연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일하는 문화개선이 잘 정착되면 장기적으로는 우수인재 영입, 업무 분산, 직원 만족도 제고 등의 선순환으로 궁극적으로 넷마블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넷마블은 매월 각 사 현황을 경영포럼을 통해 공유 점검하고, 시행 한 달 후에는 개선 사례 및 문제점을 공유하는 전사 리더 대상 워크샵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지난 2년간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 및 각 사의 개선활동을 통해, 일하는 문화를 많이 개선했다. 그러나 아직도 미흡한 조직이 존재한다"며 "24시간 게임 서비스를 하는 업의 특성이라는 현실적으로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과 마주하고 있으나, 이러한 장벽마저도 넘기 위해서 회사는 큰 용기를 내어 실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직원들의 근무 강도가 다른 게임사를 뛰어넘는다는 '악명'을 받아왔다. 지난 2011년 말부터 방준혁 의장이 회사에 복귀한 후 '모바일게임 올인'을 선언, 엄청난 양의 모바일게임을 동시에 개발해 지난 2013년부터 국내 최고의 모바일게임 회사로 발돋음했다. '몬스터길들이기'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데 이어 지난해 12월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한달간 20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국 모바일게임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게임 출시 일정을 맞추고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야근하는 직원이 많아 서울 구로동 넷마블 사옥은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넷마블에 근무하던 한 게임 개발자가 사망을 하면서 노동건강연대를 비롯, 노동계로부터 가혹한 근무환경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다.


넷마블은 이미 1~2년전부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강제적인 시행이 아닌데다 출시한 많은 게임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적용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넷마블은 이르면 오는 5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적인 가치뿐 아니라 평판도 중요한 상황이다. 과감하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어쨌든 야근 문화로 대표되는 '저녁이 없는 삶'은 넷마블이나 게임업계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설 대선주자들은 야근문화 개선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감한 '넷마블의 실험'이 게임업계를 비롯한 ICT 산업, 그리고 나아가서 국내 기업의 근로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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