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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비정하고 냉혹하기 짝이 없는 세상,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인 지독한 현실에 경종을 울린 정우와 강하늘. 실화를 바탕으로 펼치는 두 남자의 브로맨스가 추운 겨울을 녹일 만큼 뜨겁다.
특히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13년 6월 15일, 2015년 7월 18일 2회에 걸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돼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증거 없는 자백만으로 목격자를 살인자로 둔갑시켰던 경찰과 검찰, 법원이 첫 방송이 된 3년 후 증거 없는 자백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런 암울한 현실이 정우, 강하늘이란 명배우를 통해 다시금 스크린으로 옮겨져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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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우와 '쎄시봉'(15, 김현석 감독)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강하늘은 정우와 반대로 파격 변신을 시도해 신선함을 안긴다. 극 중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돼 10년을 감옥살이한 청년 현우로 변신한 강하늘은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인 서글서글한 훈남 모범생 이미지를 벗고 분노를 품고 사는 살인 전과자로 완벽히 변신했다. tvN '미생', 영화 '동주'(16, 이준익 감독)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받은 강하늘의 변신 또한 대만족. 그의 농밀한 감정선이 '재심'의 진정성을 끌어올렸다. 냉혹한 세계, 지독한 세상에 돌을 던진 정우와 강하늘은 절절한 연기, 뜨거운 브로맨스로 '재심'을 이끌었다.
이밖에 세상에서 유일하게 현우를 믿는 엄마 순임 역의 김해숙, 준영에게 살인범 누명을 씌운 악질 형사 철기 역의 한재영 또한 명불허전이었다. 데뷔 43년 이래 첫 시각장애인 연기를 펼친 김해숙은 '국민 엄마'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값진 열연을 펼쳤고 보는 이의 주먹을 쥐게 할 만큼 분노를 일으킨 한재영의 악역도 '재심'의 결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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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심'은 100% 만족감을 선사하는 명작은 아니다. 극적인 사건을 더욱 극적이게 만들려다 과해진 설정, 매끄럽지 못한 연출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지만, 일단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소송 문제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14)에 이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까지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소재를 연달아 도전한 김태윤 감독의 용기를 높게 산다. 또한 뜻을 함께한 배우들의 진심이 곳곳에 묻어난 희망의 영화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작품이다.
1월 극장가를 점령한 블록버스터 '공조'(김성훈 감독)와 '더 킹'(한재림 감독)의 열기가 한풀 식은 2월 극장가, 현재 진행 중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심'이 다시 한번 관객의 심장을 뜨겁게 달궈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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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재심' 스틸 및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