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 엄현경이 '예능 이미지'를 제대로 지웠다.
엄현경이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연출 조영광·정동윤, 극본 최수진·최창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안방 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극중 엄현경이 연기하는 나연희는 차명그룹 대표 차선호(엄기준)의 아내이자 도산한 재벌의 딸. 거짓말처럼 보든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후 차라리 죽어버리자고 생각했을 때 나타난 차선호의 손을 잡고 다시는 이 안락함을 놓치지 않으리라 결심한 인물이다.
차민호(엄기준)이 형 차선호를 죽인 후 변장을 한 채 찾아갔지만 나연희는 단번에 그가 자신의 남편이 아닌 차민호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차민호에 의해 남편이 살해당했고 차민호가 남편의 행세를 하고 살아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야 만다. "형은 몰랐지만 난 은수가 누구 아들인지 안다"는 차민호의 협박에 의해. 아직 제대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차민호의 의미심장한 말로 미루어보아 나연희 역시 비밀을 품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 중 하나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방송에서는 차민호와 함께 TV 인터뷰에 나선 장면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이날 방송 인터뷰 도중 리포터는 나연희를 향해 "두 분이 하버드 시절부터 커플이셨다는데"라고 물었다. 이에 나연희는 "요즘 와선 내 남편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같이 다른 사람과 사는 기분"이라며 차민호를 날카롭게 바라봤다. 이어 심상찮은 느낌을 얼버무리는 리포터에게 "그렇게 들렸나요?"라고 덧붙여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엄현경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외모 속에 뜨거운 욕망을 감추고 있는 이 복합적인 나연희라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남편의 변장을 한 차민호를 처음 마주했을 때 흔들리는 눈빛부터 그의 협박에 의해 억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캐릭터에 한껏 몰입된 모습은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지성, 엄기준의 열연에도 가려지지 않았다.
엄현경이 주는 극의 몰입감과 긴장감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예능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렸기 때문. 사실 대중은 엄현경을 '배우' 이전에 '예능인'으로 봤다. KBS2 '해피투게더'에 MC를 맡아 엉뚱하면서도 거침없는 돌직구 발언과 예능감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먼저 알렸기 때문. 이에 대해 그가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피고인'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하는 대중도 적지 않았다.
엄현경 역시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대중의 우려에 대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피고인'을 보면서 나연희의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고 어색해 하실까봐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저 때문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어 그는 "하지만 그 전에 했던 연기보다 조금 더 성숙하게 하려고 노력은 했다. 지금도 다른 어느 때보다 더 고민해보고,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배우'로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임을 확실히 밝혔다.
엄현경이 말한 캐릭터의 분석과 고민은 작품 속 연기로 그대로 드러났다. '해피투게더'에서 시청자를 웃기던 엄현경이 '피고인'으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이것이 앞으로도 '피고인'에서 엄현경이 그려갈 나연희라는 인물에 대해 더욱 궁금증과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한편,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기 위해 벌이는 투쟁 일지이자 악인 차민호(엄기준)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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