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젠 고아라를 그만 울리면 안될까.
KBS2 월화극 '화랑' 이야기다. '화랑'은 1500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꽃같은 사내 화랑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20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 절반에 가까운 9회나 방송됐는데도 화랑 이야기보다는 지지부진한 연애사와 과거 회상신을 보여주는데 급급해 우려가 야기됐다.
지금까지 화랑과 관련된 이야기는 '물로 왕에 대해 논하라'는 첫번째 과제를 받은 것, 화랑들이 축국 대결을 벌이는 것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선우(박서준)-아로(고아라)-삼맥종(박형식)의 연애사가 극을 채웠다. "이제까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룬 적 없는 화랑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제작진의 자신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까지의 '화랑'은 '화랑 이야기'가 아니라 '화랑들이 연애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연애 이야기라도 좀더 설득력있게 다가와야 할텐데 아쉽게도 '화랑'은 그 부분 또한 놓친 모양새다. 선우와 아로의 애틋한 오누이 로맨스를 풀어내느라 삼맥종과 아로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삼맥종의 로맨스에 갑작스럽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전반적인 러브라인이 뒤틀려버렸다.
9회까지 '화랑'은 아로를 향한 삼맥종의 직진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2회부터 9회까지 삼맥종은 점점 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어필했다. 짝사랑이라는 걸 알면서도 포기를 모르는 직진 사랑법은 귀엽기도, 애잔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로의 반응이다. 아로는 삼맥종을 확실하게 거절하지도 않고, 그의 고백에 동요하지도 않는다. 이쯤되면 '무존재' 취급이다. 아로와 선우가 연결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적어도 삼맥종의 마음이 전달됐다는 것은 보여줘야 할텐데 무반응으로 일관하니 감정선이 매끄럽게 연결될 수가 없다. 그나마 삼맥종을 표현하는 박형식의 연기력 덕분에 러브라인이 관심을 받고 있을 뿐이다.
선우와의 로맨스 역시 색이 뚜렷하지 않다. 선우가 아로의 주위를 맴도는 모습을 통해 애절한 감정을 드러내려 했지만, 이 역시 선우의 비중이 눈에 띄게 사라져버린 탓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선우와 아로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건 눈물 뿐이다. 친오빠라며 나타난 선우를 보고 울고, 선우가 자신을 구하려다 다쳐서 울고, 아버지의 생사도 모른채 선우를 업고 돌아오며 울고, 선우가 친 오빠가 아니라서 울고, 친오빠가 아닌 것에 안심해서 운다.
'화랑'은 청춘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장르 특성상 시청자들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과 김유정처럼 통통 튀는 발랄한 분위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주야장천 아로의 눈물신만 보여주다 보니 지루하고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청춘의 성장과 아픔을 유발하는 기폭제로 사용하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는 이미 분명히 전해졌다. 하지만 늘어지는 삼각관계처럼 지루한 클리셰도 없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과연 '화랑'이 진짜 '화랑 이야기'로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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