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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전석호 "전도연, 내 밉상 연기에 '욕 나온다' 말할 정도"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9-01 14:56 | 최종수정 2016-09-02 08:3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전석호(32)가 2회 연속 차진 '밉상'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쯤 되면 국내 최고의 '밉상 전문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한상운 극본, 이정효 연출)에서 세양지검 검사 박도섭을 연기한 전석호. 그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굿 와이프'의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뚝심 있는 연기 철학을 밝혔다.

지난 2000년 코미디 영화 '하면 된다'(박대영 감독)와 EBS '학교 이야기'를 통해 데뷔한 전석호는 이후 영화 '싱글즈'(03, 권칠인 감독) '조난자들'(14, 노영석 감독) '굿바이 싱글'(16, 김태곤 감독) '봉이 김선달'(16, 박대민 감독)과 tvN 드라마 '미생'(14, 정윤정 극본, 김원석 연출) '굿 와이프', 그리고 연극 '인디아 블로그'(11) '터키블루스'(13) '불령선인'(13) '인사이드 히말라야'(14) 등을 거쳐온 6년 차 실력파 배우다.

특히 전석호는 '미생'에서 여자 직속 후배인 안영이(강소라)를 인정하지 않는 하성준 대리 역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대리는 하는 짓마다 주먹을 부르는 밉상, 진상 상관. 만인의 분노를 들끓게 하는 '분노유발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렇듯 안영이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공분을 일으킨 하대리를 완벽히 소화한 전석호는 '미생'을 통해 무명에 가까웠던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인생작'이라 꼽히는 '미생'이 종영한 뒤 전석호는 충무로와 대학로로 돌아가 다시금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대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법'이지만 그는 오히려 숨을 고르고 워밍업에 돌입하며 더 멀리, 더 높게 도약할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2년간 1편의 연극과 3편의 영화에 참여하며 내공을 쌓았고 오랜 고민 끝에 '굿 와이프'를 택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번 역시 '미생' 못지않은 '밉상'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는 것. 전석호가 맡은 박도섭은 과거엔 이태준(유지태)의 오른팔로 충성을 다했지만 현재는 최상일(김태우)의 오른팔로 꼬리를 흔드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다. 권력 변화에 민감한 인간이라 당장은 최상일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기세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언제든 다음 권력자로 갈아탈 준비가 되어있는 박도섭. 전 권력자인 이태준의 아내이자 변호사로 나선 김혜경(전도연)에 대해 광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여성비하도 서슴지 않는다. 뜻하지 않게 2회 연속 악역을 맡은 전석호는 '미생'의 하대리와 '굿 와이프'의 박도섭으로 웃프게도 '밉상 지존'이라는 연결고리를 형성하게 됐다.


전석호는 "연속해서 밉상 악역을 맡게 됐는데 조금만 넓게 보면 '굿 와이프'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라도 내 위안으로 삼고 있다. 내가 봐도 정말 얄밉더라"며 "(전)도연 누나도 내게 '너만 보면 막 욕하고 때리고 싶어져'라면서 코를 찡긋거리더라. 상대 배우도 연기하면서 내 밉상 연기에 분노를 느꼈다"고 농을 던졌다.

이어 "박도섭에게 충성을 다할 상사는 이태준이 될 수도 있고 최상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인물이다. 주변에서 이런 사람 많이 보지 않나? 현실에서 가장 흔한 캐릭터다"고 덧붙였다.


한사코 "악랄하기만 한 놈은 아니다"며 박도섭을 옹호하는 전석호에게 "연민인가? 혹시 사랑인가?"라며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전석호는 "나는 박도섭에 대해 늘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마음이다. 그냥 선인도 악인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미생'에서 하대리도 마찬가지다. 그냥 인간 군상 중 하나일 뿐이다. 섣불리 좋다, 나쁘다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굿 와이프' 초반에는 시청자에게 정말 욕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중반부터 점점 나를 대신할 욕받이들이 나오니 자연스레 비난도 그쪽으로 향하더라. '굿 와이프' 대표 욕받이였던 내가 더 강력한 욕받이들이 나오니 나중에는 오히려 '착해 보인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시청자들이 이정효 PD에게 낚인 것이다. 욕받이로서 박도섭은 맡은 임무를 소화한 것 같아 안심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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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호는 "'미생'이나 '굿 와이프' 모두 매회 새로운 사건이 생기고 갈등을 일으키는 새로운 인물들이 늘어난다. 이렇게 중반에 투입되는 배우들은 일찌감치 호흡을 맞추던 팀의 응집력 때문에 곧잘 주눅이 들고 긴장을 하게 되는데 두 작품 모두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투입돼 불안함 없이 완벽히 극에 녹아든다. 배우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톤을 맞춘다고 하는데 누가 빠른 시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톤을 맞추는지가 베테랑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또 톤만 잘 맞춘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가장 기본은 주인공들이 큰 줄기를 꽉 붙잡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중심을 잡고 있으면 나 같은 주변 인물들이 다채롭게 뛰어놀 수 있다. 이런 균형이 잘 조절되면 시청자도 더욱 재미있는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된다. '미생'도 '굿 와이프'도 그런 면에서는 환상적인 팀워크였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CBS 동명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굿 와이프'는 검사 남편이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도연, 유지태, 김서형, 나나, 이원근, 윤계상, 김태우, 태인호, 채동현, 박정수, 전석호 등이 가세했고 KBS2 '스파이'를 집필한 한상운 작가가 극본을, tvN '마녀의 연애' JTBC '무정도시'의 이정효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27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tvN '굿 와이프' 화면 캡처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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