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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래그런거야' 정해인 "김수현 작가, 10년 뒤에도 고마울 것"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8-17 12:23 | 최종수정 2016-08-19 15:4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바른 생활 사나이다.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를 마친 배우 정해인을 두고 생긴 말인 것 같다. 순정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과 바른 생활, 혹은 도덕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입담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그래, 그런거야'는 가족 문화가 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가족의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드라마다. 정해인은 극중 유재호(홍요섭)와 한혜경(김해숙)의 유쾌발랄 셋째 아들 유세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조용하고 진지한 성격인데 진지할 때의 세준이와 그런 부분이 많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 대가족에서 자랐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같하기도 했고요. 좀 달랐던 건 제가 장손이자 장남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의젓하게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런데 세준이는 애교 많은 막내아들이라 참 다르더라고요. 평상시 생활을 좀 세준이처럼 하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집에서 안하던 애교도 부려봤죠. 부모님도 처음엔 좀 불편해 하시던데 이제 익숙해지셨어요. 또 막냇동생의 행동이나 말투를 관찰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동생이 늦둥이다 보니 표현을 잘하더라고요."


'그래, 그런거야'의 작업 환경은 어땠을까.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김해숙 등 관록의 대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곳에서 이제 막 네 번째 작품을 만난 신인이 숨 한번 크게 쉬기도 어려웠을 법하다. 그러나 정해인은 대선배들의 예쁨을 독차지하며 즐겁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특히 극중 엄마로 출연했던 김해숙에 대한 애정은 같했다. 실제로도 그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

"좋은 말씀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할 때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도 해주셨고 조급해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고 하라고도 말씀해주셨어요.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많이 챙겨주셨어요. 집에도 초대해주셨어요. 처음엔 진짜 어려웠는데 계속 먹을 것도 주시고 편하게 있으라고도 해주시고 하다 보니까 진짜 엄마처럼 편해지더라고요. 젊은 배우들 다 불러서 연기를 가르쳐 주셨는데 아무래도 제가 제일 경험이 없고 하다 보니 기죽을까 봐 더 신경 많이 써주신 것 같아요. 신인 배우한테 이렇게까지 해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엄청 든든했어요. 큰 산이 버텨주는 느낌이었고 영광이었죠. 또 현장에서는 정말 재밌고 푸근하세요. 분위기 메이커같은 분이세요."


물론 다른 선배들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았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 긴 호흡도,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계신 드라마에 참여한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연기적인 부분은 물론 연기 외적인 부분, 예를 들면 촬영장에서 선생님들이 임하시는 자세 같은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이순재 선생님도 그러세요. 처음엔 무섭고 어렵고 그랬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인자하신 분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처럼 느껴졌어요. 누나들도 그래요. 남규리 누나는 되게 여리고 착해요. 또 나이차이를 잘 못 느낄 정도로 귀여운 면이 있어서 연기할 때 얘기도 많이 하고 연락도 자주하고 친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선배들이 다 털털하고 그래서 재밌게 촬영했어요."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김수현 작가다. 김수현 작가는 깐깐하기로 유명한 작가 중 하나다. 자신의 대본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수현 작가의 작풍 자체가 대사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베테랑 배우들도 김수현 작가의 대본을 만나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그러니 긴 호흡의 주말극도, 김수현 작가와의 만남도 처음인 정해인이 소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혼나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보니 똑 부러진 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잘못된 연기에 대한 지적, 혹은 조언일 뿐 혼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기죽어서 연기 못하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길 원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그건 저 자신한테도 마이너스잖아요. 잘못된 것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해내면 되는거니까요. 사실 신인 배우들에게는 훨씬 더 어렵죠. 경험도 많이 없고요. 그런데 그만큼 배우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저를 캐스팅해주시고, 제가 유세준을 연기할 기회를 주신 것만 해도 5년, 10년 뒤에 돌이켜 생각해 봐도 감사한 작품이고 감사한 분이라고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너무나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이어갔지만 아쉽게도 '그래, 그런거야'는 6회 조기 종영이 결정됐다.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에게 있어서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터다. "젊은 배우들끼리 회식도 했었는데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다들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한없이 우울해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그래, 그런거야'는 정해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아무래도 남다를 것 같긴 하다. 첫 가족극, 첫 긴 호흡, 그리고 첫 키스신까지 이뤄졌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남규리와의 첫 키스신에서는 너무나 긴장한 채 촬영에 들어갔는데 두 사람의 케미가 워낙 좋아 NG 없이 수월하게 촬영이 끝났다고. 다만 아파트 놀이터에 구경 나온 주민들 덕분에 부끄러움은 남았단다. "약간 스스로에게 좀 뿌듯한 그런 작품으로 나올 것 같아요. 제 첫 장편 드라마이고 이렇게 많은 선생님을 만난 것도 처음이고요. 또 송종현 감독님도 너무 좋으셨어요. 정말 젠틀한 신사거든요. 저한테 문자도 보내주셨어요. '무럭무럭 진화하거라'. 이렇게요."


'그래, 그런거야'를 끝낸 정해인은 이제 충무로 블루칩으로 도약할 예정이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조선의 임금 예종과 그를 그림자처럼 따른 사관 윤이서 등이 나라를 뒤흔드는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 활극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통해 이선균 김희원 안재홍 등과 호흡을 맞춘다.

"사실 저는 오래 연기할 것이기 때문에 전혀 조급하지 않아요. 그냥 제 스스로 버틸 힘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계속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될 거로 생각해요. 사실 작품을 계속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들한테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꿈 아닐까요? 지금 제가 20대 후반이에요. 조급해하지 않고 그 나이에 맞게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것 같아요. 다만 믿고 봐주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캐릭터, 어떤 연기가 됐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좋은 연기 보여 드리고 싶은 게 목표에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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