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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오락성 ★★★
감독 김대승 / 주연 유승호 고아라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5년 12월 30일
'조선마술사'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 '후궁: 제왕의 첩' 등을 연출한 김대승 감독은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아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과 아름다운 영상미의 조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곽도원 이경영 조윤희에 여주인공 고아라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다.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 이후 어느 정도 자신만의 연기영역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마술사'의 가장 큰 약점은 주연배우 유승호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에 있다. 타이틀롤인 유승호가 맡은 환희 캐릭터는 위험한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건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인물이다. 조선에서는 다소 생소한 마술사(환술)라는 직업에 멜로라인과 반전요소까지 섞여 있어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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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유승호는 아직은 성인 배우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늘 해오던 연기이기는 하다. 짜증을 내고 약에 찌들어 살고 그러다 고아라를 만나 행복해지고 아픔을 겪기는 하지만 연출만큼 그 디테일한 감정선이 관객에게 와닿지 않는다. 아역부터 시작한 연기가 그대로 이어지기만해서일까. '모태솔로'라는 그의 위치(?) 때문일까. 멜로라인은 너무 단조로워서 환희가 정말 청명(고아라)을 좋아하긴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마술을 하는 손은 어설프기까지 하다. 그 넒은 무대에서 유승호가 보여주는 마술이라곤 고작 조그마한 공(?) 숨기기 정도다. 유승호 본인도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날씨가 많이 추워서 손이 좀 많이 얼어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쉽긴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말 많은 마술 연습을 했는데 그정도만 나온 것이라면 연출이 아쉽고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그정도만 노출된 것이라면 프로의식 결여다.
오른쪽 눈이 파란색으로 설정된 이유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파란눈을 숨기기 위해 조선시대에 머리를 저렇게 내렸구나'라는 이질감이 느껴질 뿐이다.
군입대 전 유승호는 '프로포즈 대작전' '보고싶다' 등의 드라마가 저조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제대 후 출연한 '상상고양이'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인기를 얻고 있는 '리멤버'에서는 박성웅 캐릭터보다 부각되지 못해 보인다. 이 가운데 '조선마술사'에서도 유승호는 오로지 비주얼에만 의지하는 연기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유승호가 이런 연기로 황정민의 '히말라야', 최민식의 '대호' 그리고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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