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지현우는 없었다. 드라마 '송곳'에는 어느 집단에 속해 있어도 튀어 나오고야 마는 '송곳' 같은 존재, 이수인 과장만 있을 뿐이다.
지난 24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특별기획 '송곳'에서 지현우가 원작을 씹어먹는 미친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지현우는 푸르미 마트를 배경으로 부당해고에 대항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작품에서 원리원칙은 무조건 지켜야하는 푸르미마트의 야채청과 파트 이수인 역을 맡았다.
이수인은 학창시절 학교에서도 촌지를 요구하는 선생님에게 맞서고 상급자의 말이 곧 법인 군대에서도 불공정한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는 상관의 말에 불복하는 원리원칙주의자다. 자신의 신념대로 옳곧은 삶을 사는 그지만 '좋은게 좋은 걸로' 만들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 집단에서 그는 언제나 튀는 인물이었다.
그의 성격은 자기의 직장인 푸르미 마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회사로부터 직원들을 모두 해고시키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는 그런 회사의 부당해고 통보를 거부한다. 이수인은 과장들과 함께 노조에 가입하기로 했지만, 다른 과장들은 자신들의 사정을 핑계로 노조 가입을 거부허자 혼자 노조에 가입했고 이후 직장 동료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왕따를 당했다.
지현우는 이 'FM인간' 이수인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그려냈다. 부당해고 명령을 처음 들었을 때의 당혹감과 따돌림을 당할 때 느껴지는 순간의 당혹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등을 세심한 얼굴 근육과 눈빛으로 담아냈다. 특히 "날 치워봐라"라는 대사와 함께 울분에 차 눈이 붉게 타오를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앞서 지현우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트로트의 연인' '인현왕후의 남자' 등의 작품 등을 통해 귀여운 연하남이나 로맨티스트 역을 주로 맡아 대중의 인식 속에서도 그는 로맨틱 장르의 작품에 최적화된 인물로 각인됐다.
때문에 그가 노사 문제를 다룬 웹툰을 원작으로 한 '송곳'에 중심인물이자 극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인 이수인 역을 맡았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여러 작품을 통해서 소시민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 노동 상담소 사장 구교신 역을 맡은 안내상의 내공에 밀리지 않고 대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승패의 열쇠인 만화 원작의 작품에서 그가 이수인을 얼마나 살려낼지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이런 시선과 걱정 속에서 지현우는 단 두 회만에 극중 이수인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시키며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역대급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
방송 이후 네티즌 반응도 폭발적이다. '이수인 그 자체다' '지현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미처 몰랐다' '지현우의 최고작 탄생' 등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인 이수인, 배우 지현우가 앞으로 그려갈 이수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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