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열 번째 주자는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모델 조민호다.
모델계 반전남녀가 만났다. 대구 출신 상남자 같지만 알고보면 아기자기 귀여운 조민호와 경북 상주 출신이지만 누가 봐도 파리지앵 같은 이영진, 두 모델계 선후배가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을 계기로 만났다. 조민호는 이영진에 대해 "까칠할 것만 같은데 알고 보면 귀여운 누나"라며 반전이 매력이라고 콕 짚었고, 이영진은 조민호에 대해 "SNS만 보면 참 귀여운데 만나보면 은근히 상남자"라는 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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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이하 조) : 10년 됐어요. 남들은 막 길거리 캐스팅도 되고 그랬다는데, 저는 제가 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모델 육성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하게 됐죠.
이-벌써 10년. 남자 모델은 순환이 정말 빠르죠. 지금이야 길어졌지만 예전에는 더더욱 빨랐어요. 지금까지 오게 된 본인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 밋밋한 것이 강점 같아요. 제가 모델을 시작할 때 스키니한 모델이 유행했는데, 제가 스키니한 편이라서 그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일을 했죠. 얼굴이 특출나게 인상이 남지 않는 편이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쓰여졌던 것 같아요.
이-근래에 보면 확실히 메인 스트림에 올라온 것 같아요.
조: 제가 봐도 10년 동안 활발하게 일하는 사람이 없어요. 왜 '유명하니까 유명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특출나게 뭔가를 잘해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어느 정도의 유명세가 있으니 그에 맞는 일이 꾸준히 들어온 것 같아요.
이-뭐랄까. 조민호 하면 느껴지는 신선함이 있는데 그 신선함을 10년 동안 유지하기란 어렵거든요. 그런데 조민호의 강점은 계속 유지되는 신선함 같아요.
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 얼굴로 써먹을 수 있는 일이 많을 때 잘 나온 것 같아요.
이-그런데 모델일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요.
조: 모델일을 하다보니 돈도 안되고 힘들더라고요. 차라리 평범하게 공부 했더라면 더 쉽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이-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은 가진 재능을 가지고 해야하는데 공부는 노력으로 되는 부분이 커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연기보다 모델이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모델은 가진 것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일하면서 그런 벽을 느낀 순간이 있었을 거예요.
조: 하다보니 '제가 탑모델이 될 수 없는 조건들이 몇 가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왔어요. 모델로서 완전체가 아니니 다르게 보여서 완전체에 가깝게 갈 수 있도록 가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SNS를 통해 장난기 있는 모습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저도 깜박 속았잖아요. 실제로 보면 진중해보이는 반면, SNS에서는 개구장이 같아요.
조: 하하. 좋아요 수도 많이 늘리려고 하다보니.
이- 이제 서른을 향해 가고 있잖아요. 혹시 서른 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조: 사실 전 다른 사람들처럼 큰 목표를 가지고 살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한테 반감이 있었죠. 당장 오늘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좀 우스워보였거든요. 당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가 만족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 같아요.
이-참, 연기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해보니 어떤가요?
조: 처음 모델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 화보 찍으라고 하면 뭔지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 하는데 지금 제가 딱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것을 잘 듣고 있어요. 아직은 제 연기력보다는 이미지와 말투 때문에 캐스팅 되는 경향이 있으니 많이 배운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어요.
이-처음에는 어색해 보이지만 않아도 점수가 높아요. 모델 출신들의 고비가 몸이 딱딱한 거잖아요. 평생 워킹만 해오던 사람도 어떻게 걸을지 몰라서 우왕좌왕 하게 되죠.
조 : 맞아요. 늘 보폭이 큰 워킹만 하다가 대사를 할 때는 또 다르게 걸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이-결국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안 멋있어 보여도 감정에 충실하면 되는데, 어떻게 해야 내가 멋있어 보이는지를 이미 잘 알아버린 것이 난관이 되죠.
조: 그런건 확실히 있어요. 제 경우에도 처음에 방송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면 '윽, 목소리가 왜 저래' 하다가 그 부분이 적응이 되니 이제는 왼쪽 얼굴이 더 나은데, 오른쪽 얼굴이 화면에 잡히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하하.
이-그런데 연기는 원래 하고 싶었나요?
조 : 모델 중에 '난 나중에 절대 연기 안할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처음에 모델할 때 형들이 '모델하다가 연기로 빠지는 애들 제일 싫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런 프라이드도 멋있지만 전 연기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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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 나이가 들고 나면 따뜻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어요. 따뜻한 나라의 바닷가에서 작은 바를 운영하면서 와이프랑 함께 별 고민없이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이-언젠가 로맨티스트 적인 면을 살짝 엿본 적이 있었어요.
조 : 누군가를 좋아하면 감추는 것도 싫어하긴 해요. 여자친구가 생기면 주위 사람에 굳이 숨기지 않아요. 저를 안다면 제 주변 사람도 알아야 하니까요.
이-이상형은요?
조: (모델) 이현이 누나가 진짜 제 이상형이에요. 상상 속의 얼굴이 항상 있었는데 살짝 길쭉한 얼굴에 눈이 찢어지고 코가 길고 하얀 사람이었어요. 한 번은 쇼를 한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딱 그런 여자가 반짝거리면서 걸어오더라고요. 이현이 누나였죠. 옆자리에 앉아서 메이크업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었어요.
이-하하, 귀엽네요. 이현이 씨의 반응은요?
조: 별 말은 없었어요. 하지만 알고는 있답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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