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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③] '대형MC 대신 창의성' KBS 예능, 초심으로 돌아갈 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5-10-23 08:4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수혈이 필요하다.

KBS 예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일 방송되는 '해피선데이' 코너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1박2일'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프로그램도 화제를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면에서도 타사 프로그램에 비해 지지율이 턱없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예능 명가로 불렸던 KBS 예능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문제는 연식이 너무 오래됐다는 것이다. 현재 KBS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장수 프로그램이다.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나를 돌아봐'와 '인간의 조건-도시농부' 뿐이다. 그나마 세 살이 된 '우리동네 예체능'(2013년 4월 9일 첫방송)과 '슈퍼맨이 돌아왔다'(2013년 11월 3일 첫방송), '1박2일 시즌3'(2013년 12월 1일 첫방송)는 젊은 축이다. '안녕하세요'(2010년 11월 22일 첫방송)가 6년, '해피투게더'(2007년 7월 5일 첫방송) 9년, '불후의 명곡'(2012년 4월 7일 첫방송)이 4년됐다. '개그콘서트'(1999년 9월 4일 첫방송)는 무려 17년이나 됐다.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이 못해도 3년, 많으면 10년 정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타사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내놓으니, 당연히 신선도나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형 MC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현상은 '해피투게더'와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해피투게더'는 처음 시작때는 쟁반노래방, 숨은 친구 찾기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했다. 여기에 '유느님' 유재석의 감칠맛나는 진행이 합쳐지니 '국민 예능'이 될 수밖에 없던 구조였다. 시즌3도 처음 시작은 좋았다. 웃지마 사우나와 야간매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야간매점을 폐지했다 쿡방이 인기를 끌자 다시 부활시키고, 셰프테이너의 인기를 의식해서인지 게스트진을 셰프들로 꾸리는 등 트렌드에만 따라가다 보니 초반의 재미를 잃었다. 또 게스트들의 지나친 홍보성 출연도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 오로지 유재석의 힘으로 여기까지 끌고온 셈. 제작진도 이를 인식한 것인지 개편을 예고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출연자들의 물건을 놓고 토크를 하는 형식은 예전 사물함 토크 등을 그대로 베껴온 모양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세' 전현무를 투입했다는 정도. 아이디어로 승부했던 초심을 잃고 대형 MC에게 모든 걸 건 대가는 '식상하다'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우리동네 예체능' 역시 마찬가지. 강호동에 정형돈을 붙여 그림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녹록지 않다. 스포츠 자체가 절대 다수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소재인 만큼 연출에서 승부를 냈어야 하는데 항상 예체능팀의 고군분투와 지옥훈련만 그려질 뿐 이렇다할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MC빨'이라는 건 물론 있다. 똑같은 프로그램도 누가 진행을 맡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MC 도 결국 사람인 만큼 한계가 있다. 모든 걸 한 사람의 힘으로 해낼 순 없다. 더욱이 요즘은 사람이나 매체보다는 콘텐츠의 힘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복면가왕'이 대표적인 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면 인기 아이돌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재미없으면 채널 돌아간다는 진리를 대놓고 내세운 거다. 유명하지 않았던 이들도 각자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이에 시청자가 반응한다. 이런 게 재미다. '복면가왕' 역시 누가 출연하는지 몰라도 관심을 받지 않나. 이제는 정말 콘텐츠의 질로 승부를 봐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복제와 무리수도 한몫 한다. '개그콘서트'가 이를 잘 반영한다. '개그콘서트'는 한때 스타 개그맨의 양성소이자 유행어 제조 공장이었다. 그만큼 풍자, 사회고발, 슬랩스틱 등 코미디 장르도 다양했다. 같은 코미디 안에서도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관객 반응에 예민하게 대처한 결과다. 그러나 요즘 '개그콘서트'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코너를 자가복제 하는 일도 허다하고, 유행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 개그를 짜내기도 한다. 그나마도 패러디물로 점철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tvN '코미디빅리그'는 물론 경쟁자로 고려할 대상도 아니라 판단됐던 SBS '웃찾사'에게까지 위협받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특성상 제약이 많은 곳이긴 하다. 하다 못해 프로그램 이름을 짓는 것조차 PD의 자율성 보다는 까다로운 규정이 우선이다. 창작의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핸디캡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안에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게 공영방송이 해야할 길이 아니겠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찍어내는데서 벗어나 '1박2일'과 같은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던 초심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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