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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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의 호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는 오랜 세월 보금자리였던 KBS를 과감히 떠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갔다. SBS에서 자리를 펼친 김병만은 피겨 스테이트(키스앤크라이), 집짓기(에코빌리지 즐거운가), 무인도 생존(정글의 법칙), 무술(주먹쥐고 소림사) 등 새 영역에 도전장을 내며 자신의 입지를 확장해 나갔다.
특히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에 달인을 이어 족장이라는 호칭을 선사했다. 놀라운 근성과 체력, 적응력을 지닌 김병만과 극한의 생존 버라이어티의 만남은 가히 운명이라 할만하다. 김병만은 세계의 정글과 사막과 바다를 누비며 자신만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바나부터 시베리아까지 오가는 오랜 여정 동안 김병만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김병만이 유일무이한 예능 달인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비기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 당시 그는 슬랩스틱 개그를 소화하기 위해 하루 두 세시간만 자면서 연습에 몰두했다. 발목 물렁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휠 정도의 연습을 거듭했다. 아이디어가 고갈 될 때면 실제 달인들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고도 한다.'키스앤크라이'에서 부상 투혼을 펼친 그의 공연에 김연아가 눈물을 쏟은 일화는 유명하다. '정글의 법칙'에서 더 다양한 정글을 보여주고 싶어서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등 10개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열정을 누가 당할 수 있으랴.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어린 시절 김병만은 아버지가 1억 가까이 빚을 지고 있었던 탓에 대학진학은 애초에 접고 자격증을 따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김병만은 TV에 나온 친구를 보고 자신도 끼를 펼쳐보리라 다짐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개그맨 공채 시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면접 울렁증 때문에 번번이 낙방하기 일쑤였으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7번의 낙방 후 8번째만에 공채 개그맨에 합격, 7전8기 끝에 자신의 꿈을 이뤘다.
개그맨이 된 이후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김병만은 2000년 데뷔 이후 '개그콘서트'에 한번도 빠짐 없이 출연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흔히 예능인들의 필수 요건으로 여겨지는 재치있는 입담, 순발력 있는 진행력은 김병만과 거리가 멀었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몸개그에 몰두했다. "황새를 쫓아가려거든 더 빨리 많이 걸으면 된다"는 그에게 오로지 노력만이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그는 자신의 약점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강점을 계발하는데 힘 쏟았다.
이 같은 행보는 마치 아무의 발길도 닿지 않은 정글에 길을 내듯이, 개그맨 후배들과 예능인들을 위한 발자취가 되고 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능성을 키우고 노력해 대체 불가한 존재로서 생존법을 몸소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 후보만 6번 오른 끝에 마침내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2013년 SBS 연예대상. 당시 김병만은 거창한 각오 대신 "김병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처럼 그는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는 김병만에게 멈춤은 없다. 그런 자신을 거북이에 빗대곤 하는 그의 인생 철학은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으면 된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이다. 저절로 달인이 되는 자는 없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수적석천(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의 태도로 이룩한 달인의 경지였다.
조금씩 꾸준히 전진해가는 김병만의 최종 목적지는 '코미디계 대부'라고 한다. 때문에 그는 지금의 활동들도 "외도가 아니라 아이템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모든 도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결심하면 반드시 해내고 마는 그이기에, 비록 느릴지언정 언젠가 이루리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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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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