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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3인3색 '사도'에 숨은 3가지 다른 얼굴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9-18 08:52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사도'를 세 번은 봐야 한다. 어떤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느냐에 따라, 영화를 볼 때마다 이야기가 새롭게 읽힐 수 있다.

'사도'는 기본적으로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의 이야기다. 사도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숨을 거둔 임오화변.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이 사건을 극중 영조의 대사처럼 "나랏일이 아닌 집안일"로 접근한 이 영화는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대립하고 갈등하다 끝내 뒤틀려버린 부자관계가 큰 줄기를 이룬다.

영화 제목이 '사도'이듯, 젊은 세대는 대부분 사도(유아인)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타고난 기질과 개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네가 뭘 아느냐'는 비난에 시달리는 사도의 모습에서 젊은 세대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기성세대가 기존의 질서나 규범을 강요하고 억압할수록 젊은 세대는 엇나갈 수밖에 없다. 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들을 사랑으로 감싸지 않고 끊임없이 시험하고 다그치는 영조의 모습에 관객들은 서운함을 넘어서 원망과 울분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에게 원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였을 뿐"이라는 사도의 울부짖음에 공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성세대는 오히려 영조(송강호)에 이입할 가능성이 크다. 천한 무수리 출생으로 왕좌에 올랐다는 콤플렉스와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세간의 의혹 속에 어렵게 자리를 지켜온 영조는 아들인 사도에게만은 완벽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사도가 자신과는 달리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기를 바랐다. 손수 책을 만들어 가르치고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자식 농사가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오로지 자식의 행복만을 위해 힘겨웠던 지난 시절을 버텨온 기성세대 입장에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도의 모습이 마치 내 자식인 듯 답답하고 속이 상할 것이다.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아버지와 아들. 그 사이에는 고통을 감내하는 궁궐 여인들도 있다. 부자의 이야기에 주변 인물들의 사연과 이해관계가 보태지면서 영화 '사도'는 입체적으로 재구성된다.

다섯 차례에 걸친 양위파동으로 사도를 몰아세우는 영조에 맞서 사도를 지키려 했던 인원왕후(김해숙), 마음껏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던 애틋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영빈(전혜진), 아들 정조를 지키기 위해 남편의 죽음을 외면한 혜경궁(문근영) 등 궁궐 여인들은 모두가 비통한 사연을 품고 있다. 정조를 지키기 위해 사도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가혹한 모성도 영화 '사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아들로서,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사도'는 제각각 다른 사연과 입장이 부딪히고 얽히면서 '사도'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야기에서 얻는 감흥도 달라진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을 이해 가능하도록 연기한 송강호, 팔딱이는 에너지로 사도를 처절하게 그려낸 유아인을 비롯해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 등 연기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였다. '3번 관람'이 아깝지 않은 충분한 이유다. 또한 다양한 관전 포인트는 '사도'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게 만드는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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