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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 김현주, 불륜드라마에 공감을 입히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5-09-13 15:10 | 최종수정 2015-09-14 08:30


탤런트 이규한, 김현주, 지진희가 20일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드라마로 '남편과 불륜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현주의 1인 2역 연기와 지진희 박한별 이규한 등 대세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20/

김현주의 연기력. 실로 대단하다.

김현주는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제작 아이윌미디어)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절제된 슬픔을 대사 대신 표정으로 표현해내는 능력. 이렇게 잘 했나 싶을 정도다.

지난 12일 방송된 7회는 김현주 연기력이 정점을 찍은 방송이었다. 극중 김현주가 맡은 냉철한 변호사이자 재벌집 며느리 도해강은 요즘 괴롭다. 남편 최진언(지진희)의 옆자리에 애인이 생겼기 때문. 아이를 잃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남편은 후배 강설리(박한별)의 맹목적인 구애에 조금씩 흔들린다. 해강은 집기를 다 부술만큼 크게 부부싸움을 한 뒤 집을 나가버린 남편을 찾지 않고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문득문득 스며나오는 슬픔을 김현주는 절제된 표정 속에 담아내고 있다. 백석(이규한)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붉어진 눈시울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밤새 비를 맞으며 집나간 남편을 기다린 해강은 지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과거 진언과의 행복한 시간을 추억한다. 생애 마지막 눈 같은 사랑이라 따뜻하고 소중하다고 말하던 과거 진언의 모습과 돌아 오지 않는 남편을 우두커니 기다리고 앉아 있는 해강의 모습은 서글픈 교차점을 만들어냈다.

시어머니의 강요 속에 진언과 설리가 있는 민박집을 찾아나선 해강은 문 앞에 서지만 선뜻 남편 앞에 나서지 못한다. 허둥지둥 도망친 해강은 강 다리 위에 선다. 남편에게 다시 갈수도, 뒷걸음 쳐 물러날 수 없는 상황. 때마침 다리 앞으로 내려온 진언과 설리. 다정한 사랑의 속삼임을 눈 앞에서 듣게된 해강은 부여잡고 싶었던 마지막 미련을 내려놓을 채 강물에 몸을 던진다. 투신 전에 남편과 눈이 마주친 해강의 텅 빈 표정은 이날 김현주 연기의 백미였다.


사진 =S BS'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
해강은 진언 덕분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진언은 "죽을 때까지 나 너 용서 안 할 거야. 니가 죽어도 난 안 움직여. 그러니까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짓 하지마. 내가 니 삶에 간섭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각자 살다 각자 죽자 우리!"라는 말로 또 한번 비수를 꽂는다. 하지만 해강의 가슴을 안쪽에서 후벼판 것은 밤새 자신을 간호했을 진언을 떠올리는 것. 해강은 세숫대야와 젖은 수건, 옷가지들을 둘러보며 깊은 슬픔 속에 젖어든다. 13일 방송된 8회에서도 김현주의 열연은 이어졌다. 사고를 당한 남편을 부여잡으려 노력하지만 진언은 냉정하기만 하다.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이혼을 애원하는 진언의 모습에 절망한 해강은 결국 이혼서류에 지장을 찍고 나선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이 시청자의 공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과 슬픔 속에 허우적거리는 해강의 심리를 내밀하게 연기해 내며 몰입도를 극대화시킨 김현주가 있어 가능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위 1% 변호사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공감대. '만약 김현주가 아니었다면?'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였다.

내밀한 감정 연기는 힘든 영역이다. 특히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가 극한의 선택을 하는 과정을 이끌어내는 연기를 펼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빡빡한 촬영 현장의 물리적 압박감이다. 김현주는 극중 1인2역을 맡고 있다. 도해강의 숨겨진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 역도 김현주의 몫이다. 양쪽 이야기가 따로 펼쳐지기 때문에 김현주는 거의 매신 등장해야 한다. 촬영 현장을 거의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두 자매는 극과극의 캐릭터와 현실에 처해 있는 터라 분장, 성격도 전혀 딴 판이다. 그만큼 다른 모습을 그려내야 하는 연기자는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살인적 촬영 스케줄 속에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몰입도 있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배우. 가히 베테랑 여배우라 칭찬받기에 충분한 그녀다.

끝이 아니다.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극중 해강이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으면서 극은 또 다른 방향으로의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달라질 모습의 도해강을 연기하게 될 김현주. 이쯤되면 1인2역을 넘어 사실상 1인3역이나 다름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인물의 감정 연기를 단 한 배우가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까. 김현주라 가능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탤런트 김현주가 20일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드라마로 '남편과 불륜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현주의 1인 2역 연기와 지진희 박한별 이규한 등 대세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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