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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천하] 백종원, 예능의 '빛과 설탕'이 되다

기사입력 2015-07-15 17:43 | 최종수정 2015-07-16 09:23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경규,이휘재를 비롯, 전현무,유세윤,성시경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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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2015년)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요리사가 예능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칼과 불을 다루는 탁월한 손놀림, 현란한 입담까지 두루 갖춰 강호의 예능인들을 긴장케 했다.

먹을 것이 넘쳐나되, 먹지 못한 것 같은 몸매를 선호하는 시대.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남이 먹는 모습으로 대신 만족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열풍은 방송가에 '먹방(먹는 방송)' 유행을 불러왔으며, '좀 먹는다'하는 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무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날고 기는 먹방 고수들도 조그만 입으로 오물거리는 어린애들을 이기지 못하니, 윤후로 시작해 삼둥이로 이어지는 '스타 2세 먹방 라인'은 깨지 못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새로운 비기를 차기 위해 골몰, '셰프'라 불리는 낯선 이들을 끌어들여 예능계 '쿡방(요리 방송)' 시대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그중 백종원이라 하는 자는 서양 느낌 물씬 풍기는 셰프들과 사뭇 다른 기운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치 뚝배기처럼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예능계에 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셰프' 보다는 '백주부', '백선생' 등의 친숙한 이름으로 지상파와 케이블을 고루 섭렵해 나갔다.

우선 백종원이 어떻게 요리 예능계의 강자로 떠오르게 됐는지, 그의 주무기를 살펴보자. 첫번째는 그를 닮아 투박하고 네모난 '중식도'다. 백종원 스스로도 방송에 출연해 "중식도를 쓰면 일반 부엌칼을 사용할 때보다 칼질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해 '칼빨'의 위력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두 번째 무기는 '설탕'이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이 '설탕소년(슈가보이)'이라는 데에서 유추할 수 있다. 예능계에는 일찌감치 '소금'으로 짭짤한 효과를 누린 이가 있었으나, 백종원은 달콤한 설탕으로 이에 맞섰다. 흔히 '빛과 소금'이라 할 정도로 소금이 칭송받는 반면, 설탕은 달콤함을 내세워 우리를 칼로리의 바다로 유혹하는 악마의 재료로 여겨진다. 그러나 백종원은 설탕을 종이컵 째로 들이 붓는 과감함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설탕은 맛을 달게 할 뿐 아니라,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세번째는 구수한 사투리다. 연륜이 느껴지는 외모와 달리 "했쥬~?"라는 말투에서 묻어나는 귀여움은 허를 찌르는 반전. 중식도와 설탕, 사투리 이 세가지가 합해지면 감히 그에 대적할 자가 없었다. 여성 시청자들이 그의 너털 웃음과 애교 섞인 사투리에 넘어가니, 백종원을 '소유진 남편'으로 이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샌가 소유진을 '백종원 아내'라 바꿔 부르기 시작하더라.


무기를 살펴봤으니 이제 인물을 한 번 살펴보자. 백종원의 가장 큰 강점은 그의 요리를 따라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리 과정을 본 뒤 '대단하다'라는 감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는이로 하여금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재주다. 백종원표 레시피는 실패할 확률이 낮은데다 응용도 또한 높기에, 요리 초보자들도 그를 추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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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선보인 또띠아 피자, 스팸 주먹밥, 5분 옥수수전 등 이름만 들어도 벌써 친근하다. tvN '집밥 백선생'은 돼지고기, 김치, 국수, 생선 등 다양한 식재료를 다루는 법을 통해 요리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구수한 입담과 함께라면 프렌치 토스트도 전 부치듯 친숙하게 느껴지고, 생선 요리도 더는 두렵지 않다. 그는 늘 말한다,"내가 하면 여러분도 된다"고.

여담이지만, 이 같은 '백선생' 본능은 집안 내력이기도 하다. 백종원은 요리연구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원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할아버지가 예덕학원(예산고·예화여고)의 설립자이며, 아버지는 백승탁 전 충남교육감이다. 이쯤되면 그의 요리 전수 본능이 어디서 나오는가 짐작할 만하다. 특히 그는 이사장으로 있는 충남 예산고와 예화여고에 달마다 특식을 마련해 한창 허기질 학생들의 위장까지 굽어 살피고 있다. 이사장으로서 급식에 관여할 수없기 때문에 기부 형태로 식사를 제공, 그의 업체 직원들이 직접 파견나와 인기 메뉴를 만든다고 하니 심히 맛보고 싶어진다.

각설하고, 그의 또 다른 매력은 보기와는 다른 철저한 자기 관리다. "하프 먹으려면 마요네즈 뭐하러 먹어유"라는 말에 격하게 동조하며 마음을 연 이들에게는 다소 배신감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의 요리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바탕하고 있다. 그는 50대 나이에도 주방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과 건장한 체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한 결과라고 한다. 자칫 병에라도 걸려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음식을 맛 봐 살이 찌는 것을 경계함이기도 하다. 요리를 위해 각고면려(심신을 괴롭히고 노력함)하는 진정한 고수의 면모가 엿보인다.



요리에 눈을 뜬 한 초보 자취생에 따르면, 얼마 전 집 근처 슈퍼마켓에 갔더니 평소 꽉 차있던 생선 통조림 칸이 한 줄이나 비어 있었다고 한다. 정육점에서 돼지 목살을 덩어리째 주문하니 점원이 "카레하실거죠?"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단다. 그 이유를 안다면, 당신도 이미 백주부파의 일원이 아닐까 한다.(계속)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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