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정식 출범한다. '나를 돌아봐'는 내가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겪어보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자아성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파일럿 형식으로 4회 방송돼 호평 받았고, 정규 편성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과연 이 프로그램 괜찮을까.
우선 출연진에 변화가 생겼다. 파일럿 방송 당시에는 '직설화법 커플' 장동민-김수미, '한 성격 커플' 이경규-조영남, '갑과 을 커플' 유세윤-유상무가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는 유세윤-유상무 대신 이홍기-최민수가 투입됐고, 장동민이 하차하면서 박명수가 합류하게 됐다. 유세윤-유상무 콤비는 둘째 치더라도 박명수의 출연을 두고 말이 많았다. 장동민과 김수미는 파일럿 방송 당시 '갓수미'-'갓동민' 커플로 찰떡 호흡을 선보여왔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에 가장 기여도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장동민 대신 박명수가 캐스팅 됐다는 게 원년 팬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았던 소식이었던 것.
외주제작사 (주)코엔 안인배 대표는 1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체컨벤션에서 열린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 "어렵게 파일럿 방송을 해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정규 편성이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장동민이 왜 하차했는지를 가장 궁금해 하실 것 같다. 여러가지 일이 있은 뒤 장동민이 굉장히 착해졌다. 4회 파일럿 이후 제작진 회의를 거친 끝에 현재로서는 박명수가 더 적합하지 않느냐라는 결론을 내렸다. 장동민과도 의논했다. 요즘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장동민과 일주일에 2~3번씩 만나서 회의하는데 그도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추후 더 좋은 프로그램이나 아니면 나중에 '나를 돌아봐'를 통해서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장동민과 박명수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박명수와 호흡을 맞추게 될 김수미는 불편함 심경을 여러번 드러냈다. "파일럿 4회를 해서 어느 정도 감은 있다. 그런데 나만 매니저가 바뀌었다. 그래서 조금 심란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사실 어제 정말 한숨도 못잤다. 박명수가 (매니저를) 한다는 기사가 나가고 내 댓글이 올라왔다. '김수미, 네가 박명수와 같은 고향이라고 꽂았냐? 전라도끼리 잘 해먹어라' 이런 댓글이었다. 이제까지 이렇게 무서운 댓글은 처음이었다. 그 댓글을 쓰신 분이 초등학생이든 내 또래든 정말 충격적이었다. KBS CP와 오래 통화를 했다. 장동민 측에서 왜 안하는지 입장을 표명해라, 나는 이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정말 안티글 때문에 자살하는 후배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이런 소리를 듣고 이 프로그램을 해야되나 싶었다. 그래서 자해를 했다. 바느질 그릇에서 가위를 꺼내 내 머리를 다 잘랐다. 난 아직 여자인데 너무 그래서 그랬다. 나한테 그렇게 댓글 쓰신 분이 정식으로 사과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박명수를 꽂을 힘도 없고 장동민과는 처음부터 손발이 맞았기 때문에 박명수에게도 '장동민이 그립다'고 했다. 본인이 개인 사정으로 안하겠다는데 왜 확실하게 발표를 못하고 나한테 이러나 싶었다. 정말 정중하게 사과해달라. 속상하다. 심란하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욱의 향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미지수다. 이번 제작발표회에서는 때아닌 촌극이 벌어졌다. 발단은 조우종 아나운서였다. 당초 오후 2시 시작 예정이었던 행사는 KBS2 '연예가중계' 촬영 지연 및 엘리베이터 늦작동을 이유로 30분이나 지연됐다. 이에 항의가 발생했고 조우종 아나운서는 "나도 무료봉사 하는 거다. 나도 '조우종의 뮤직쇼' 방송이 있다. 다른 스케줄이 있는 것이냐. 그분들이 늦으시는 걸 가지고 왜 나한테 뭐라 하느냐"고 항변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MC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이었다.
이어진 제작발표회도 매끄럽지 않았다. 김수미는 "1,2회 시청률을 박명수에게 달렸다. 장동민 대신 들어온 박명수가 과연 장동민보다 잘할까 하는 생각으로 보실 거다. 파일럿 방송 당시 이경규-조영남 팀은 반응도 가장 떨어졌고 경고도 많이 받았다. 조영남은 반응이 없으면 하차한다고 했지만 그전에 KBS에서 나가라고 할 것 같다. 이번 1,2회는 박명수가 책임져야 할 것 같다. 장동민은 KBS에서 자른 게 아니라 본인이 사정이 있어서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박명수와 했을 때 '장동민이랑 했을 때보다 재밌네'라고 한다면 9~10%도 갈 수 있다. 그러나 '왜 박명수를 썼냐 이거 뭐냐'하면 4%로 끝나는 거다"고 말했다. 이에 박명수는 한숨을 내쉬며 "지켜봐 달라. 선생님의 이런 모습이 너무 재밌는 것 같다. 일부의 악플만 얘기하시지만 선플도 많다. 안좋은 글 보다는 좋은 글을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기대해달라. 재밌을 거다"고 답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조영남은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모욕적인 발언을 면전에서 들어본 건 처음이다. 이 기회를 빌려 이 자리에서 사퇴할 것을 밝힌다. 김수미의 얘기를 들으면 내가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그러나 김수미는 "후배라도 사실을 말해야 '나를 돌아봐'다. 이런 말을 들으면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해야지 오늘 사퇴하면 방송을 펑크내겠다는 거냐. 그럼 빠져라"고 맞서 출연진을 당황하게 했다. 결국 조영남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제작진은 "조영남이 자리를 떠난 건 라디오 생방송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모여서 녹화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명수 역시 "방송을 위한 설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아무리 방송을 위한 '쇼'라고는 해도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아무런 맥락없이 서로를 헐뜯고 욱하는 모습을 과연 어디까지 '재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제작진에게는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나를 돌아봐'의 핵심은 '역지사지'다. 이런 돌발 상황을 '방송을 위한, 만들어진 리얼리티'라고 포장할 순 있겠지만 일단 보여진 상황 자체는 '욱'을 위한, '욱'에 의한, '욱'만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서 어떻게 '역지사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제작진에 능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