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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산으로 간 '파랑새의집', 도대체 하고싶은 말이 뭐야?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5-07-13 08:0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었던 걸까.

KBS2 주말극 '파랑새의 집'이 초반 기획 의도와 다른 이야기 전개로 혹평받고 있다.

12일 방송된 '파랑새의 집'에서는 태수(천호진)의 악행을 밝히려는 김지완(이준혁)의 모습과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장현도(이상엽)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장태수는 아들 장현도가 김지완 가족에게 사과하라며 자신에게 독설을 내뱉자 실신했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은 뒤 감언이설로 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에 장현도는 강지완에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지만 김지완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러자 장현도는 강영주(경수진)에게 거짓말을 해 부친의 악행 증거인 녹음기를 빼돌렸다. 김지완 입장에서는 믿었던 친구와 강영주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

이와 함께 장현도와 한은수(채수빈)도 두번째 이별을 맞았다. 황당하게 사랑을 시작했던 두 사람은 양가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별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한은수의 모습에 흔들린 장현도는 재결합을 결정했다. 그러나 결국 장태수의 악행을 알게된 하은수도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별 데이트를 했고, 장현도는 마지막으로 옷을 선물했다.

이쯤되면 한마디로 화나는 전개다. 당초 '파랑새의 집'은 실패를 딛고 일어난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그리고자 했던 작품. 초반에는 삼포세대의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 "지상파 버전 '미생'"이라는 극찬까지 받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복수'라는 소재가 끼어들면서 극 성질이 완전히 변질된 것.

복수극카드를 꺼내들면서 캐릭터와 스토리가 뻔해졌다. 방황하던 청춘들은 민폐녀, 좋은 사람 콤플렉스 투병자, 우유부단남으로 전락했다. 장현도는 아버지의 과거에 얽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친구를 배신했고, 강영주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장현도에게 속아넘어갔다. 거짓말에 속아 가족의 사활이 걸린 녹음기를 빼돌린 강영주를 바라보는 김지완의 멘탈은 '성자' 클래스에 가깝다. 천불이 날법한 상황에서도 "아니야. 너 잘못한 거 없어. 내가 현도한테 가져다 달라고 했어"라며 강영주를 끌어안는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저 웃음만 나올 노릇이다. 장태수의 캐릭터도 변했다. 당초 장태수는 김상준(김정학)의 죽음에 관련이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요즘은 자신의 악행을 숨기고, 반항기가 보이는 아들을 포섭하려는데 급급한 그저 그런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테일도 떨어진다. 요즘같은 최첨단 시대에 파일 하나 지웠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얼마든지 복구시킬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파일을 딱 한 군데에만 저장해놓고, 그를 빼앗겼다며 극을 질질 끌고가는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제작진의 의도는 결정적 증거 파일을 빼앗은 친구에게 실망한 김지완이 마음을 다잡고 선전포고 할 수 있는, 김지완과 장현도가 친구가 아닌 원수의 자식으로서 부모 세대의 전쟁을 이어받는 장치로 사용하려는 것이었겠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전개임은 분명하다. 중요 장면에서 너무나 식상하고 아이러니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회차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질질 끄는 게 아니냐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쯤되면 반전 카드 하나 보일 법 한데 아쉽게도 그런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어차피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을 하고 있는 장현도와 한은수는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고, 친구에서 원수의 자식으로 변한 김지완과 장현도는 대립 끝에 화해할 것이다.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함께 용서 화합의 장이 펼쳐질 전망. '청춘들의 성장 에세이'라는 초반 기획 의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모습이다. 진정한 청춘들의 이야기는 집안 내력으로 인한 복수 전쟁 끝 얻은 용서와 화해가 아니다. 서바이벌 전쟁터와 같은 현실에 부딪히고 장벽에 가로막히면서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쫓아가는, 그런 열정이 바로 '청춘'일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결국 마지막주에 용서하고 화해할 것 아니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 때문에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느낌마저 든다', '아이들 소꿉장난 같은 전개'라는 등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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