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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호 "'스물'의 속편으로 '환갑'은 어떨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4-02 09:19


사진제공=NEW

스물,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청춘의 이름. 때때로 비루하고 '찌질'해도 그것조차 특권이 되는 나이. 물론 그땐 모른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영화 '스물'을 보고 돌아가는 길, 더할 나위 없는 찌질함을 보여준 영화 속 세 친구들이 떠올라서, 그리고 지나간 스무살 추억이 떠올라서,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영화 '스물'은 이제 막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스무살 동갑내기 친구들의 성장담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꿈 없이 '잉여'의 삶을 즐기는 낭만 백수 치호(김우빈), 짝사랑의 쓴맛을 본 엄친아 경재(강하늘), 만화가가 되고 싶은 가난한 재수생 동우(이준호). 따로 있으면 찌질하고 함께 있으면 더 찌질한 세 친구의 모습은 이미 스물을 건너온 이들과 이제 스물을 건너가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공감 98%의 웃음과 2%의 뭉클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로 주연 신고식을 치른 이준호도 VIP 시사회에 친구들을 초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딱 너희들 얘기야." 영화를 본 친구들이 열광하며 화답했다. "진짜 우리 얘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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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웃기고 아주 가끔 진지한 두 친구 사이에서 동우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무게중심을 잡는 캐릭터다. 사업이 망해 감옥에 간 아버지 대신 철부지 엄마와 동생 셋의 실질적 가장이 된 동우는 밤낮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족의 생활비와 미술학원 수강료를 번다. 깊은 밤 터덕터덕 옥탑방 계단을 올라오는 동우의 지친 발걸음에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러나 동우는 관객들이 신파에 젖어들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집이 망했는데 왜 너희들이 지랄이야?"라고 친구들에게 툭 던지던 모습 그대로, 담담하고 경쾌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준호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세 친구 중에 동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동우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삶에 피곤함은 있지만 찌들어 있지 않은 아이라서 더 좋았고요. 두 친구보다 개그 코드는 적지만, 그 대신 드라마가 있어서 차별화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을 잘 조율하면서 동우만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동우는 꿈을 잠시 미루고 큰아버지 회사에 들어가기로 한다. 안타까워하는 친구들에게 "포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라며 울먹이는 듯하더니 "눈물까진 안 난다"며 이내 유쾌한 그로 돌아온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기성 세대가 20대를 몰아붙일 때, 영화 '스물'은 동우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한다. 꿈을 포기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그러니 좌절하지 말라고.

"스무살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 고민들이 정말 별것 아니잖아요. 우습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괜히 고민하고 방황하느라 아름다운 시절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해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이니까 실수해도 된다고 스무살 관객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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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처럼 이준호의 스무살도 '꿈' 자체였다. 17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스무살 무렵 2PM으로 데뷔했다. 연습실에 가득찬 열기와 땀내, 무대 위 화려한 조명과 음악. 이준호가 지나온 스무살의 기억이다. "저는 그 시절에 가수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또 다른 방식으로 꿈을 찾아가는 동우의 엔딩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이준호는 영화 '스물'을 촬영하며 보통의 또래 친구들이 겪었을 평범한 스무살을 다시 살았다. 그는 "내게 없던 스무살의 추억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다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동경"은 그가 연기를 하는 이유다.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가수의 꿈을 키우면서도 연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이준호는 2013년 '감시자들'로 스크린에 데뷔해 단숨에 영화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올해는 '스물'에 이어서 '협녀: 칼의 기억'도 개봉한다. "좋은 기운을 갖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은 타이밍과 자신감, 작품까지 삼박자가 잘 맞았어요."

이번에 '스물'을 촬영하면서 연기의 꿈이 더 확고해졌다. 새로 만날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제가 '스물'에서 스무살의 삶을 살았듯 배우는 항상 작품 속 캐릭터의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사이코패스나 살인자 역을 맡게 된다면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저를 계속 도전하게 만들어요."

이준호에게 또 하나의 '도전'을 주문했다. '스물'에 이어서 서른, 마흔, 쉰까지 세 친구의 우정을 계속 만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저희끼리 '서른'을 찍자고 농담 삼아 얘기한 적 있어요. 그 감독과 그 배우라면 또 출연하고 싶어요. '서른'도 좋지만 '환갑'도 괜찮을 것 같아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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