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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청춘의 이름. 때때로 비루하고 '찌질'해도 그것조차 특권이 되는 나이. 물론 그땐 모른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영화 '스물'을 보고 돌아가는 길, 더할 나위 없는 찌질함을 보여준 영화 속 세 친구들이 떠올라서, 그리고 지나간 스무살 추억이 떠올라서,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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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세 친구 중에 동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동우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삶에 피곤함은 있지만 찌들어 있지 않은 아이라서 더 좋았고요. 두 친구보다 개그 코드는 적지만, 그 대신 드라마가 있어서 차별화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을 잘 조율하면서 동우만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스무살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 고민들이 정말 별것 아니잖아요. 우습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괜히 고민하고 방황하느라 아름다운 시절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해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이니까 실수해도 된다고 스무살 관객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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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영화 '스물'을 촬영하며 보통의 또래 친구들이 겪었을 평범한 스무살을 다시 살았다. 그는 "내게 없던 스무살의 추억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다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동경"은 그가 연기를 하는 이유다.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가수의 꿈을 키우면서도 연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이준호는 2013년 '감시자들'로 스크린에 데뷔해 단숨에 영화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올해는 '스물'에 이어서 '협녀: 칼의 기억'도 개봉한다. "좋은 기운을 갖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은 타이밍과 자신감, 작품까지 삼박자가 잘 맞았어요."
이번에 '스물'을 촬영하면서 연기의 꿈이 더 확고해졌다. 새로 만날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제가 '스물'에서 스무살의 삶을 살았듯 배우는 항상 작품 속 캐릭터의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사이코패스나 살인자 역을 맡게 된다면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저를 계속 도전하게 만들어요."
이준호에게 또 하나의 '도전'을 주문했다. '스물'에 이어서 서른, 마흔, 쉰까지 세 친구의 우정을 계속 만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저희끼리 '서른'을 찍자고 농담 삼아 얘기한 적 있어요. 그 감독과 그 배우라면 또 출연하고 싶어요. '서른'도 좋지만 '환갑'도 괜찮을 것 같아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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