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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스물' ★★★★
이병헌 감독의 솜씨가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손'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힘내세요 병헌씨'라는 영화로 톡톡 튀는 감성을 뽐낸 이 감독은 '스물'에서도 적재적소에 감칠맛 나는 코미디 대사로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스무살 청년들이 너무 '섹스'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이 감독은 담담하게 "나도 스무살 때는 그랬던 것 같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영화 '스물'은 이 감독의 이 대답 같은 영화다. 이 감독이 겪고, 대부분의 스무살 청년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누구는 여자친구 때문에 힘들고 누구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힘들고 누구는 인생이 갈팡질팡해서 힘들다. 어떤 남자의 스무살 청춘에서 이정도 고민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런 고민을 이처럼 코믹하게 그려내는 감독이라니….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에 이유비 전소민까지 또래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를 더 튼실하게 만든다. 김우빈의 앙탈은 여성팬들을 눈웃음 짓게 하고 이준호의 회사원 머리는 여성팬들을 미소 띄게하며 강하늘의 순정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울린다. 전소민의 이대생 연기는 똑소리나 보이고 이유비의 고3 수험생 연기는 21세기의 풋풋함을 보는 것 같다.
마지막 중국집 격투신은 마치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교회 격투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더 치열하진 않지만 그것보다 더 웃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