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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돋보기]'케미'에서 '하모니'로…'미생' '나쁜 녀석들''전설의 마녀'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12-02 08:29



이제는 '하모니'다.

주로 남녀 주인공 간 화학반응을 뜻했던 '케미'에서 떼 주인공들끼리 '하모니'가 중시된 드라마로 '대세'가 이동됐다. 대표적인 인기 드라마 tvN '미생'만 봐도 그렇다. 비정규직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물불 안가리는 오 과장(이성민), 신입 여사원 안영이(강소라), 엘리트 사원 장백기(강하늘), 성실한 박대리(김대명) , 워킹맘 선차장(신은정), 마초 성향의 마부장(마복렬), 이지적인 강대리(오민석), 등 주요 등장 인물들만 열거해도 1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새 얼굴들까지 합치면 서른 명은 족히 넘는다. 이 뿐 아니다. 종합상사가 배경인 만큼 사무실에 그저 앉아있는 엑스트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누구하나 튀어나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리얼 다큐처럼 보일 정도로 상사맨의 일상을 보는 것만 같다.와이셔츠에 넥타이, 정장 수트를 입은 똑같은 모습으로 컴퓨터를 보고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개성이 보인다. 와이셔츠 주머니에 볼펜을 차고 있는 사람, 그 볼편을 머리에 꽂고 있는 사람, 넥타이를 와이셔츠 속에 넣은 사람, 와이셔츠 팔을 걷은 사람, 와이셔츠 색도 각각 다르다. 자세히 보면 말투도 맡고 있는 부서도 직급도 모두 다르다. 그런 디테일의 차이가 스토리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렇게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출연 배우가 많아진 만큼 분량도 나눠지지만, 누구하나 서운할 게 없을 정도다.


OCN '나쁜 녀석들'과 MBC '전설의 마녀'가 사랑받는 점도 그렇다. '나쁜 녀석들'은 하나 뿐인 딸을 잃고 복수만 꿈꾸는 오구탁(김상중) 형사,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박해진), 조직폭력배 박웅철(마동석), 청수살인업자 정태수(조동혁)으로 구성,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범죄다들이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하모니를 이뤄낸다. 작가의 촘촘한 필력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땀내가 진동할 정도로 생생하다. 거기에 매 에피소드마다 더 나쁜 놈들이 등장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설의 마녀'의 경우 '미생'이나 '나쁜 녀석들'이 케이블 드라마 특유의 장르적 성격이 짙은 데 비해 주말 연속극적 성격이 짙다. 시청층을 고려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새 인물의 등장이 많지 않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진다. 버팀목이 돼주는 맏언니 복녀(고두심), 간드러지는 둘째 언니 풍금(오현경), 아픔을 간직한 셋쩨 수인(한지혜), 아이와 생 이별을 해야했던 미혼모 미오(하연수)까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현재 동시간대 1위(20.8%, 29일 닐슨 전국기준)로 선전 중이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들의 머릿 수가 늘어나고, 영화에 멀티 캐스팅이 늘어난 이유와 비슷하다. 한 두 명의 주연으로 연속극의 스토리를 버라이어티하게 만들긴 쉽지 않다. 특히 장르 드라마에서 공감을 얻으려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멀티 캐스팅은 늘어날테고, 거기에는 '하모니'가 중요하게 자리잡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모니는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 있어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배역과 하모니를 이루려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의지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힘이고, 시청자들이 분명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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